모든 것을 잃다! 여행 망칠 가능성 99.9%
D-0 | 오늘 새벽, 저절로 눈이 떠진다. 개운한지 피곤한지 알 수 없을 만큼 긴장되어 있었다. 오늘 밤, 우리는 그토록 기다리던 실리콘 밸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두 아이가 있는 맞벌이 가정의 아침은 언제나 분주했다. 아이들의 등교를 돕고, 특히 어린 둘째는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줘야 한다. 아빠가 딸아이 옷을 고르는 일은 늘 쉽지 않았고, 머리도 묶어주며, 물통에 물을 채운다. 오늘은 운동회라 복장도 신경 써야 한다. 하교 후 학원에 가져갈 책도 챙겨야 한다. 요즘은 운동회라도 부모가 참여하지 않는다. 오늘 떠나야 하는 나에겐, 참 다행이었다.
오늘은 연수 출발에 집중하기 위해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했다. 그래서 집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하지만 나는 여덟 명의 학생들을 인솔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단체 여행에서는 개인행동을 삼가야 한다”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내가 출발부터 혼자 공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예정된 시간, 학생들은 정확히 학과 건물 앞에 모였다. 대형 택시 예약이 어려웠지만 일반 택시를 잡을 수 있었고, 우리는 여유 있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휴~이제부터는 정해진 열차 시간표대로, 공항에는 세 시간 전에 도착하게 된다. 이젠 안전하다!
그제야 마음이 놓여, 나는 단체 사진을 제안했다. 학생들도 긴장하던 표정이 풀리고 웃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도 찍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 마음이 편안해진다. 40대의 내가 20대의 내가 되어 그들 사이에서 같이 어울려 웃고 말하고 즐거워하는 듯하다. 그 시절 나는 마음에 꿈이 가득했기 때문에, 하고 싶고 놀고 싶은 것 많았고 주어지는 환경이 무엇이든 그저 좋았다.
잠시 후 열차가 도착했고, 나는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탑승했다. 열차 안에서 각자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았고, 나는 혼자 앉는 자리이다. 잠시 쉬기에 좋은 자리였다. 휴대폰 충전도 하고 자료도 정리해야겠다 싶어 휴대폰 충전기를 찾았다. '내 충전기... 어디 있지?', 그런데 충전기가 보이지 않는다. '노트북은? 여권은? 항공권은? 신용카드는?', 그리고 '가방은...?!'
재난이다! 모든 것을 잃었다! 수개월간 준비한 여행이, 열차가 달리는 속도로 순식간에 ‘삭제’되고 있었다! 무엇이 잘 못 되었을까? 원망할 틈도 없이, 여덟 명 아이의 가장이라도 된 듯 엄청난 책임감이 몰려온다. 그래서인지 평소와 다르게, 내 머리는 초고속으로 지워져 가는 여행을 복구하는 알고리즘을 탐색하고, 내 눈은 객석과 저너머 반대편 객실까지 촘촘히 살폈으며, 열차 승무원을 감지한 후, 내 다리는 반사적로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향했다. 그 몇 걸음을 걷는 동안에도 여행은 계속 삭제되는 듯하다.
“저...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나의 불안한 질문에, 승무원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전 역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찾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짧은 대화였지만, 캄캄한 터널 안으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기차 객실과 객실 사이에 서서 초초하게 연락을 기다렸다. ‘고속철도니까 안전할 거야. CCTV도 있을 테고. 못 찾으면... 카드 정지시키고, 다른 비행기를... 인솔자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까? 대학생들이라 괜찮을 거야? 내가 하루 늦게 가도 괜찮겠지?....' 불안과 희망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곧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듯 이번 여행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폭파하고 말 것이다. 멀찍이 객실문 유리 너머, 학생들이 보인다. 해맑게 웃는 학생들은 서로서로 이번 여행이 얼마나 멋진 여행이 될 것인지 이야기하는 듯하다. '얘들아, 나를 용서해 주렴...' 마음속으로 용서를 구하며 기도했다. 그때, 손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였다.
“검은색 가방을 찾았습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죠?” 이전역 역무원께서 가방의 주인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곧 출발하는 비행기표부터 여권까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역무원은 곧 대답했다. “가장 빠른 기차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삭제되던 여행에 '취소' 버튼이 클릭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은 서서히 복구되었다. 그토록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이 새삼 고마웠다.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내가 분실물이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해. 너희들이 먼저 공항에 가서 체크인해. 게이트에서 만나자. 미안해.” 나는 짧게 “미안하다”라고 했지만, 사실 그 말 뒤에는 너무나 큰 미안함이 숨겨져 있었다.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불안했을까.
나는 가방은 되찾고, 탑승시간에 공항 게이트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약속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너희들, 잘했다. 나보다 너희가 낫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교수님 다시 만났다고 좋아한다.
다시 한번 나는 단체 사진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책임감 있는 교사와 인솔자로서 학생들 옆에 서서 사진을 촬영했다. 이제 20대의 나는 이곳 공항 게이트에 남겨 두기로 한다. 40대의 나만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긴장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킬 것이다. 곧 마주하게 될 입국 심사, 요즘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던 미국 입국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