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배우기로 마음먹은 뒤, 곧장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효율적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편리함이 핵심이었다. 왜냐면 바쁜 직장인이니까. 주중에 퇴근 후에 학원을 가는 건 상상만 해도 피곤했다. 주말엔 가정일도 돌봐야 하니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오프라인 수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프랑스어 강의부터 알아봤다. 업무 시간 중에 수강이 가능하고 업무 시간으로 인정해준다는 정책 덕분에, 일 대신 수업을 듣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초부터 다지는 게 좋을 것 같아 회화 기초반으로 신청했고, 레벨 테스트 후 적절한 반에 배정되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구글 미츠 같은 앱을 통해 학생들이 시간 맞춰 모이는 방식이었다. “프랑스어를 배우라고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니, 강의의 퀄리티는 보장됐겠지!” 라는 기대를 안고 첫 수업에 참여했지만... 첫날부터 깨달았다. 이건 그냥 노답이라는 것을.
교재는 있는데 그 교재대로 진행하진 않고, 문법 설명은 거의 없으며, 그냥 특정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몇 가지 표현을 배우고 서로 대화를 해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난 거의 생기초 밖에 모른다는 것이었다. 대화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서로 헛소리를 반복하며 끝나는 느낌. 그렇게 화요일 목요일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힘들게 시간만 낭비했다. 나중에 수강생들과 HR 측에 강의에 대한 리뷰를 공유했는데,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게 아니었다. 다들 “수업에서 제대로 배운 게 없다”, “강의 내용이 너무 허술하다”라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하~ 이래서 프랑스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싶었다. 프랑스어 자체가 쉬운 언어도 아닌데, 이런 강의로 배우다가는 3년을 투자해도 기본 수준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았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몬트리올 현지의 어학원을 알아봤다. 그런데 가격이... 한 달에 거의 60만 원?! 게다가 주말에 다녀야 했는데, 비용도 부담이고 시간도 부담이었다. 이건 내 현실적인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대한민국의 인터넷 강의. 그렇지, 사교육 하면 대한민국이지! 바로 몇 개의 국내 유명 외국어 교육 플랫폼에 들어가서 정보를 탐색했다.
역시!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진짜 차원이 다르구나!
초급, 중급, 고급으로 레벨을 나누고, 각 단계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었다. 듣기, 독해, 어휘, 문법까지 각 분야별로 잘 구성된 강의들이 빽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수강료는 또 얼마나 합리적인가. 아니, 오히려 “이 정도면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요?” 싶은 느낌이 들었다. 예시 강의를 몇 개 들어본 후 가장 만족스러웠던 플랫폼에서 초급 패키지 강좌를 결제했다. 대략 10개의 강의가 묶인 패키지가 30만 원 내외. 그냥 혜자 그 자체였다. 이런 질 좋은 콘텐츠를 이렇게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니. 한국 사교육이 세계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강의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고 역시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프랑스어의 복잡하고 예외투성이인 문법,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을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좋게 설명해 주는 강사님의 실력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끔은 강의를 듣다가 너무 잘 설명해줘서 물개박수가 자동으로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어릴 땐 사교육에 찌든 한국 사회가 불만스러웠는데, 지금은 이렇게 혜택을 누리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여튼한국인이 뭐든 빨리빨리 잘 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이 온라인 강의들을 차근차근 수강한다면, 내가 목표로 한 2년 후 DELF B2 합격, 그리고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회의하는 수준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온라인 강의와 함께 몬트리올에서의 나의 프랑스어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