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놈의 리뷰

by 김채하

홀로 떠나고 싶어서 강원도 숙소를 알아봤다.

‘강원도 조용한 숙소 내돈내산 후기’

블로그 리뷰만 족히 열개는 넘게 확인했을까?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버려 당장 있을 오후 식사 장소 리뷰 확인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ㅇㅇ고깃집 내돈내산 후기’

맛 없다는 평이 많아서 약속 장소에 가기도 전에 기대가 쏙 들어갔다.

추석 연휴에 볼 영화를 찾다가 뭘 봐야할지 몰라서 인터넷 검색창을 또 켰다.

‘넷플릭스 추천작’

자주 가는 책방에서 간만에 마음이 가는 제목을 가진 책을 발견했다.

기회비용을 줄이고자 그 책에 관한 리뷰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생각보다 리뷰가 좋지 않아서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 그리고 리뷰가 좋은 책으로 다시 골라들었다.


모든 것이 너무 과한 시대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선택에 용이한 길잡이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순기능이다.

그러나, 역으로 추적해보자.


리뷰 하나 믿고 몇시간을 기다려 먹은 밥집은 어땠는가?

디저트가 황홀하다하여 한시간 운전해서 간 카페는 어땠는가?

그렇게 좋다는 화장품을 거금 들여 사용해보니 어땠는가?

심금을 울린다는 영화가 정말 내 인생을 뒤흔들정도의 울림을 주었는가?


대답은 아마 높은 확률로 NO가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게 아니니까. 긍정적 리뷰의 힘이 나의 에너지보다 더 크니까.

이렇게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가 일상을 차지하면 자꾸 남탓을 늘어 놓는다.

‘사실 안 하고(가고) 싶었는데 리뷰가 좋아서…’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건데 자꾸만 혀가 길어진다.

리뷰 창구를 이용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할만한 장소를 요약해서 보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너무 의존하지는 말자.


가끔은 그냥 내가 좋아서 해보고, 그냥 맛있어 보여서 먹고, 그냥 재밌어 보이니 참여해보자.


내 취향의 영화를 발견했다. 당장 검색창에 리뷰를 찾아보고 싶지만 꾹 참고 그냥 재생버튼부터 눌러버리자. 왜? 내 취향이니까. 이유는 장황하지 않다.

생각보다 별로였다면 아쉬워말자. 오히려 실패가 남기는게 더 많다.

나만 믿고 고른 이 영화에 실망했다는 것은 내 삶에 하나의 데이터로 영원히 남을것이다. 그래서 다음 영화를 선택할땐 그 데이터를 토대로 실패확률을 낮추고 더욱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분명하다.

그리고 좋은 리뷰만 믿고 지출한 비용보다 내가 선택한것에서 실망하는 비용이 훨씬 덜 아깝게 느껴진다.

이것또한 분명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는거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에 내 취향을 포기하지말고, 내가 맘이 간다면 일단은 의심 없이 먹고, 하고, 즐겨보자.


벌써부터 재밌지 않은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또 내가 선택하는 다양한 활동이.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낄 많은 감정이..

keyword
월, 수, 금 연재
팔로워 204
이전 09화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