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관계는
없어.
조금 더 애쓰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라고도 부르지.
회사에 사랑하려고 다니는 건 아니야.
돈 앞에 진짜 친목은 없으니까.
그러니 정 주지 않고
정 받지 않아.
정 이래, 진심 이래
무슨 상관.
독고다이야.
일하는 만큼
돈만 받아가면 돼.
어느 아침
여섯 시 정각. 아니 오 분 전?
배꼽시계의 알람은 늘 아이폰보다 앞서있다.
"오늘도."
시작이다.
창문도 열고 고양이 밥도 주고 밤새 쌓인 문자도 보고, 준비해야 하는데,
찌릿-
"으아~~~~~~~~~~~~~~ㄱ"
아프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이잉-
간신히 휴대폰만 귀에 가져간다.
"어,"
서림이다. 언젠가부터 매일 아침저녁 전화다.
"차장님, 출근했어? 나 커피 마셔."
-어쩌라고.
"나 죽나 봐."
"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언제나 낮은 음색에 가벼운 호기심이지만, 오늘은 나를 살릴 목소리가 될 지도.
"허리가 안 움직여. 못 일어나고 있어."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냐?"
"좀 있으면 괜찮겠지?"
"아니야, 그거 그냥 두면 큰일 나. 나도 허리 때문에 죽을 뻔했어서 알아. 기다려봐 내가 병원 좀 찾아볼게."
하-
만사가 귀찮은 건 일상이지만,
고통과 수반되는 귀찮음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갑자기. 일상이 바뀌네. 재수 없다.
내가.
그렇지 모.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거리
띵동-
똑똑똑-
벨과 노크소리가 연달아 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고차장, 나 이실장."
차분하고도 조심스러운 말투의 목소리.
배려겠지.
문자로 현관 비밀번호를 보낸다.
곧 문이 열리고 이실장이 걸어 들어온다.
여자 혼자 사는 방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남자 일 명.
불편함은 수치심을 더해 제곱이 된다.
"많이 아퍼? 어휴, 불도 못 켜고. 나 들어가도 괜찮아?"
이미 들어오셨는데요.
이실장은 들어오던 꼴로 커튼을 치고 환기를 시킨다.
-디퓨저 남았을래나.
"어여 병원 가자. 서림이가 전화했어. 다 죽어 간다고. 이게 무슨 일이래 고차장."
제 말이요..
"저, 회사에 전화해야 하는데."
"내가 왔잖아, 내가 처리해 놨어. 걱정 말고 얼른 일어나. 뭐도 못 먹었겠네. 가면서 빵 좀 사가자."
순간이다.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성큼 눈앞까지 다가오는 것도.
부서도 다르고,
많은 말을 나눈 사이는 더더욱 아니다.
나를 챙긴다.
내가 못 챙긴 나를.
다른 직원이 챙긴다.
그런데.
왜요.
병원
"네, 허리가 이 정도까지 될 정도면 많이 아팠을 텐데. 안 아펐어요?"
의사들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오히려 편하다.
바라지 않고 줄 것도 없게 하는 목소리.
"아팠어요."
울고 싶은데 눈물은 어디 갔지.
"책상에 오래 앉아 일하는 경우 이런 경우가 많아요. 스트레칭을 꼭 해줘야 해요."
"비행기를 많이 타서."
"아, 비행기가 허리에 안 좋지. 어디, 사진 한번 찍어봅시다."
소리가 들린다.
계획에 없이 날아가는 소리.
내 돈...
"많이... 안 좋아요?"
긴급은 긴급인지 엠알아이 찍는 걸 이렇게 빨리 처리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병원 규모가 작아서 그런가.
나는 휠체어에 앉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묻는다.
"지금, 디스크도 있고. 이거는 세 번 시술받으면 돼. 확실히 나을 수 있어. 그런데 문제가 그게 아니네요."
디스크라고 죽는 게 아닌 건 잘 안다.
두려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한 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건가.
진짜 문제가 있다는 말에 질문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 허연 거 보이죠? 보통 자궁 크기가 주먹을 쥐었을 때, 그 주먹이랑 비슷하거든? 그런데 이 주먹보다 큰 혹이 여기 있네. 그래서 더 허리가 아팠나 봐요. 이거 바로 수술해야 해."
암쏘쏘리벗알러뷰- 다 거짓말.
"거짓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라곤.
나의 신체는 더 이상 자동반응 하는 것을 포기한 듯하다.
세상만사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
겪어 보니 모든 게 별거라.
고작 이 정도 고통 앞에서
나는 참으로 하찮은 벌거숭이가 돼버리는
이런 게,
나란 사람.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