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달라졌어요 — 대사 건강의 배신

예전엔 안 찌던 그 치킨, 왜 이제는 복부로 직행할까?

by 김보민

갱년기를 지나고 나면 몸이 정말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

예전엔 야식 먹고 바로 자도 아침엔 멀쩡했고, 치킨 반 마리쯤은 ‘단백질 보충’이라 합리화했는데, 이제는? 치킨 한 조각이 직항으로 복부행이다. (진짜로, 택배보다 배송이 빠르다.)


내 몸의 연비가 갑자기 최악이 된 이유

갱년기 이후 여성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지면 몸의 ‘대사 시스템’이 휘청거린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줄어드니까 몸이 변화를 적응할 시간이라도 있지만, 여성은 갱년기 들어서면서 호르몬이 롤러코스터처럼 뚝 떨어져버린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히 생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다. 거의 여성의 몸 전체의 컨트롤 타워다. 지방의 분포, 혈관의 탄력, 인슐린 감수성, 뼈의 강도, 심지어 뇌의 감정 회로까지.

이 슈퍼호르몬이 사라지는 순간, 몸은 말 그대로 ‘에너지 관리 시스템 오류’에 빠진다. 그래서 복부에 지방이 쌓이고,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올라가고, 혈압도 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대사증후군의 삼총사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슬그머니 문을 두드린다¹. 게다가 연구에 따르면, 폐경 이후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남성보다 높아진다². “여성은 심장병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어릴 때하는 옛말이다.


‘여성의 병’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장암은 남자 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통계에선 60대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³.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에스트로겐의 보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 호르몬이 혈관과 대사, 면역 조절에 영향을 주다 보니, 그 균형이 깨지면 몸속의 작은 이상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갱년기는 단순히 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호르몬의 변화는 뇌의 세로토닌 회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울감, 무기력, 자존감 저하 같은 정신적 변화도 함께 찾아온다⁴.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 중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며 눈시울 붉히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저, 몸이 바뀐 것이다.


의사도 몸이 배신할 때가 있다

나도 한때는 내 몸을 꽤 믿었다.

운동 좋아하고, 체중도 안정적이고, 체형도 유지되던 시절엔 ‘이 정도면 건강검진 안 해도 되겠지’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검진 결과표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내장지방 수치 급상승, 중성지방 치솟고, 유방, 자궁, 갑상선, 담낭에 이상소견 줄줄이. 그때 깨달았다.

‘살은 안 쪄도, 대사는 늙는다.’

내장지방은 단순한 뱃살이 아니라 몸속에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불씨다. 이 염증이 결국 심혈관질환, 당뇨, 암, 치매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⁵.


내장지방은 조용하지만 부지런하다. 공간만 생기면 알아서 들어온다.

“이 분, 복부에 빈 공간이 생겼네요? 얼른 지방으로 채워야겠어!”

— 내장지방 팀장 드림.


갱년기 이후, 진짜 대사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정답은 결국, 뻔하지만 어렵다.

- 유산소 + 근력 운동

- 단백질 충분히 섭취하기

- 단순 탄수화물 줄이기

- 스트레스 줄이기, 수면 챙기기

- 정기적인 검진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대사는 바로 삐뚤어진다. 하지만 이 시기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덜 버겁다.


갱년기 이후의 몸은 예전의 내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내가 될 수는 있다.


『내장지방은 고지식하고 부지런하다.

“빈 공간이 생겼네요? 지방으로 채워드릴게요.”

대사는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게을러질 뿐이다.』


**각주

1. Carr MC. “The emergence of the metabolic syndrome with menopause.” J Clin Endocrinol Metab. 2003;88(6):2404–2411.

2. Maas AHEM, Appelman YEA. “Gender differences in coronary heart disease.” Neth Heart J. 2010;18(12):598–602.

3. Kim J, et al. “Gender difference in colorectal cancer incidence by age and anatomical location.” BMC Cancer. 2015;15:858.

4. Soares CN, et al. “Mood disorders in midlife women: Understanding the critical window.” J Clin Psychiatry. 2014;75(9):e1038–e1046.

5. Cani PD, et al. “Metabolic endotoxemia initiates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Diabetes. 2007;56(7):1761–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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