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배신하지 않으면...
“근육이… 줄었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약간 충격이었다.
나, 한때 의대 전체 팔씨름 대회 2등이었다. (1등은 나보다 20kg은 더 나가는 언니였으니까 — 사실상 내가 ‘체급 내 최강’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남학생들을 팔씨름으로 눕히곤 했다. 다리는 무다리를 넘어선 ‘항아리형 하체’.
그런데 요즘은 병뚜껑도 못 따서 아들에게 “엄마, 또 이거 못 따?” 소리를 듣는다.
억울하지만, 팩트다. 악력이 줄었다. 팔뚝에 있던 근육은 사라지고, 대신 묘하게 단단한(?) 뱃살이 늘었다.
“내 몸이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방치했더라.”
갱년기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 변화는 단순히 ‘안면홍조’로 끝나지 않는다. 근육 유지, 뼈 건강, 기초대사량, 심혈관계 보호 — 다 에스트로겐의 손길 아래 있었다. 그러니까 이 호르몬이 줄면, 단백질 합성은 느려지고 근육 분해 속도는 빨라진다. 결과는 뻔하다.
근육 감소 → 지방 증가 → 대사질환 위험 상승.
게다가 에스트로겐이 보호하던 심혈관계도 취약해진다. 그래서 갱년기 이후엔 **여성이 남성보다 오히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¹
일부 암(예: 대장암)은 “남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60대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남성보다 높다.²
“내가 무너졌던 때, 근육이 날 살렸다.”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개원까지 했던 시기에 많이 힘들었다. 전공의 때만큼은 아니지만 몸도 힘들었고, 특히나 정신적으로는 정말 벼랑 끝이었다.
하루 종일 환자 보고, 밤엔 애들 숙제 챙기고, 새벽에 병원 회계 정리하고… 빚은 잔뜩있는데, 개원초에 병원에 오는 환자가 적은 날은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직원 월급은 줄 수 있을지, 이자 감당은 할 수 있을지, 생활비는 나올 수 있을지, 마이너스통장을 다시 뚫어야 하는 건 아닌지... 게다가 일하고 바빠서 아이들한테 소홀해 진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어느 날은 진료 도중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화장실로 도망간 적도 있다. 결국 나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약도 복용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동’을 시작하니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엔 그저 스트레스를 잊고 싶어서, 땀이라도 흘리면 속이 좀 시원할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운동하는 순간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몸이 힘들면 머리가 잠잠해진다. 그리고 운동 끝나고 샤워하고 나면, 마음까지 개운했다.
그 느낌을 알고부터, 나는 하루의 끝을 ‘운동’으로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운동은 스트레스의 해독제이자, 뇌의 항우울제다.”
이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Myokines)’**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
이건 염증을 줄이고, 대사 기능을 회복시키며, 심지어 **뇌 기능까지 좋게 만든다.**³
또 운동은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안정시키고,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증가시켜 우울증 완화와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⁴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 3회 이상, 30분의 유산소 운동을 3개월 이상 지속하면 경도 우울증 치료 효과가 항우울제 복용과 맞먹는다.”⁵
즉, 운동은 몸을 위한 처방이자, 마음을 위한 약이다.
“내 몸의 재건축 프로젝트”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먼저 근육을 방치했을 뿐이다. 이제 다시 쌓아 올릴 때다.
무너지는 근육은 ‘재건축’하고, 흐트러진 호르몬 균형은 ‘보강’하고, 넘치는 감정의 쓰나미는 ‘운동’으로 배수펌프 가동!
운동은 몸의 생존을 위한 재건축이자, 마음의 홍수를 막는 방파제다.
“운동은 귀찮고, 땀나고, 하지만 하고 나면… 살아있다.”
나는 여전히 아이 셋을 돌보고,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댄스 수업을 나간다. 애들 눈치 따윈 안 본다.(라기 보단, 덜 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 1시간이 **“나를 위한 가장 값진 투자”**니까.
운동은 내 몸이 “이제 괜찮아”라고 말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운동은 멀리서 보면 귀찮고, 가까이서 보면 땀나고, 하고 나면 살아있다.』
**각주
1) 세계보건기구(WHO) : 폐경 이후 여성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남성보다 높아짐.
2)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통계(2022): 60대 여성의 대장암 발생률이 동연령대 남성보다 높음.
3) Pedersen BK, Febbraio MA. Myokines and muscle–brain cross-talk during physical exercise. Nat Rev Endocrinol. 2012.
4) Duman RS et al. Exercise promotes BDNF signaling and neurogenesis to alleviate depression. Trends Neurosci. 2016.
5) Blumenthal JA et al. Exercise and pharmacotherapy in the treatment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Psychosom Med.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