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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2장 : 그가 말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포위되는 거라고

by 양율




네 아이라인이 지저분해진 날이 있었다.


네 뺨에 뾰루지가 나 있던 날이 있었다.


우린 각자의 밤에서 우르르 후퇴하는 밤을 보냈겠다.


마음에 이런저런 것들이 역류했다. 그런 탓에 예쁜 것이 우리 마음에 오랜동안 주차금지 되었다.


다시 만난 날 우린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은 양파와 면들 춘장이 기름으로 한 참 큰 불에 볶여 유화되어 섞여 있는 곳이다. 밖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았다. 전기로 연결된 밝은 전구들과 오너먼트, 커다란 나무와 구경하는 사람들과 소음들이 물감처럼 뒤엉킨다.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지나간다.


우린 마주 보았지만 손을 잡지 않았다.


후진하는 마음으로 길 막힌 밤이었다.


난 살면서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 광고들을 보았지만 그 순간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딱히 갈 곳 없어 우리는 한 참이나 안고 있었다. 나는 <사랑한다> 했지만, 내가 말하는 사랑은 의미가 분명하지 않았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인지, 인류 전원을 대상으로 할 법한 유형의 사랑인 건지 알아내지 못했다.


너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의 뒤에서 유독 새까만 나뭇가지 하나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게 내 시선을 끌었다.


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모든 흔들리고 있는 것들을 수월하게 알아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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