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2장 : 그가 말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포위되는 거라고

by 양율




독일 뮌스터 지방에 뮌스터 강 앞 작은 오두막에 사는 목공이 있었다. 그 젊은 목공이 하루는 교회를 가기 위해 아쉬 호수를 가로지르는 분데스트라베 다리를 건너다 어떤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다리 멀리서부터 그의 존재를 알아챈 듯 바라보았다. 그는 괜스레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그 옆을 지나갔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얼얼하게 말을 걸 의지조차 잃어버린 채.


다음 날 그는 눈을 떴다. 그러나 이미 그의 삶은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태어나 처음 강렬한 아름다운에 사로잡힌 순간 그가 가진 다른 모든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학교 선배를 통해 그녀 이름이 루이제라는 걸 알았다. 뮌스터 북쪽의 작은 슈니첼 집 둘째 딸이라는 것도.


소심한 젊은 청년은 그 이후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뮌스터 같은 시골이라면 곧 날 알아봐 주겠지. 그는 열심히 교회를 다녔고, 책을 빌려 곧 대단한 책상과 의자들, 콘솔과 피에두슈, 셰즈아도를 만들었다.


그는 살면서 자고 있던 재능을 허겁지겁 재촉했다. 그의 가구들은 꽤 훌륭했다.


곧 소문이 퍼져, 뮌스터엔 온갖 상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러나 그는 그녀만을 기다렸다. 판매원 몇 명을 고용했다. 도매인들과 수출상들이 돈을 거머쥐고 솨 들이닥쳤고 그들이 나가면 그는 방문객 이름을 확인했다.


루이제, 루이제.


몇 달이 지나도 루이제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약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얼굴만 아는 그녀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곧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후 상인들도 발길을 끊었다. 그 공방은 거미줄과 낡은 목재와 톱, 외면받은 가구들만 남아 있었다.


루이제는 그가 죽은 후 머지않아 결혼에 실패했고 삼촌의 실내 건축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다 결국 그 회사를 물려받았다.



한 세기가 지났다.


일주일 전, 난 서촌의 한 허름한 공방에 책상을 사러 갔다.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 테이블을 골랐다. 다리에 물방을 패턴을 한 오래된 나무 탁자였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당신 가구에 대해서 좀 알고 있냐.


무슨 말이냐 묻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된 목재는 말이죠. 생명과도 같아요. 감응을 한단 말이죠. 당신의 집과 당신의 생활과 당신의 육신에. 단순한 나무 덩어리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 책상은 좀 더 유별하다고요. 가구를 함부로 집으로 들인다는 건 신중해야 할 일이 될 수 있죠.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책상에 이름이 있나요?


그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안경을 쓰고 송장을 건넸다. 루이제라는 이름과 긴 숫자가 보였다.


테이블을 집에 들이고 난 후 난 한참 동안이나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후 난 다른 곳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의자와 장 스탠드 조명을 들였다.


그럴 때마다 책상이 빛깔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다. 잿빛에서 금색으로, 쇠에서 청옥으로. 난 조금 소름이 끼쳤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곧 커튼을 치고 크로셰 테이블 러너를 깔았으며 바닥엔 포르투갈 러프 러그를 놓았다.


그날 난 꿈을 꾸었다. 내가 흰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와 함께 춤을 추는 꿈을. 왈츠도 폴로네이즈도 아닌 춤을 추는 나를.


난 꿈에 깨어 책상을 바라보았다. 매듭은 정교했고, 나사 하나하나 빛이 났다. 나무는 조금 더 화사해진 느낌이었다. 그 책상엔 누군가의 손길과 숨결이 또렷이 살아있었다.


그것뿐이랴, 장스탠드도 포르투갈 러그도, 코르뷔지에가 사랑한 의자도 모두 밝은 춤을 추고 있었다.


난 출근하며 방을 되돌아봤다. 꿈속의 그녀는 당신을 기억했을까, 당신은 그녀를 아직도 기억할까.


문을 닫으면 그들은 기꺼이 서로를 호흡할 것이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