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3장 : 날씨라는 거대한 교감

by 양율




그녀는 돌을 모은다고 했습니다.


마음의 동요가 있거나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그녀는 매일 집에 오는 길에 돌을 하나 주어 방 한 켠에 쌓아놓는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돌 하나, 기쁜 일이 있어도 돌 하나, 누군가를 소개 받아 통성명을 하면 그 날도 돌 하나.


돌의 외면을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못난 돌이던, 보기 좋은 돌이던 그저 마음에 가는 쪽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돌멩이에 이름을 짓거나 표식을 새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때로는 돌 줍는 일을 잊어버릴 날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 그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언젠가, 잔잔히 죽어갈 테니까. 그녀는 방 안에 높이 쌓여져 가는 그 돌들이 유일한 삶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돌을 모으는 이유였습니다.


그 날은 그녀가 돌을 많이 주어 온 날이었습니다. 양 손에 돌을 가득 쥐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렇게 환하게 웃었습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바라보던 날이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방안에 쌓은 돌을 한 줌 쥐어 창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날 밤 그녀는 몹시도 울었습니다.


돌을 버리던 그 순간 그녀의 손에 넘쳐흘렀던 건, 돌 따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던져버린 돌들을 다시 주워 제자리에 얹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침묵에 잠겼습니다.


몇 달 뒤, 몇 년 뒤에도 그 돌탑은 매일 계속 높아져만 갔습니다. 여러 수모를 겪으면서도 돌들은 창가 밑에서 맨질맨질 빛이 났습니다.


그 삶을 모르는 자가 보면 그녀의 이 행동이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닐진대, 그녀는 오늘도 이 소박한 삶의 기념품들을 챙겨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그 돌들의 은은한 온기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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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