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땐 서로 방화복을 입어야 합니다

3장 : 날씨라는 거대한 교감

by 양율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적은 것인지, 말하고 싶어도 참는 것인지 묘합니다.


이십 대 초반 시절 사람들과 어울려 진탕 술 취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춤추듯 홀로 걸어가다 한 번씩 멈춰 서서 자책했습니다. 그 말을 왜 했을까. 이 얘기는 굳이 안 해도 됐었을 걸. 에이-씨.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머리를 쥐어뜯곤 했습니다.


사람과 있을 때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습니다. 허나 자기 검열이 빠듯한 탓에 나이가 들고선 말을 자주 점검하게 됩니다. 입안에서 바람처럼 흐르는 말은 그 가벼운 공기 탓에 오해를 삽니다. 말은 사실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말은 바람보다는 사실 불과 닮았습니다. 너를 죽이고 날 태우는 화마. 혹은 온기를 심고 냉기를 데워주는 불.


그 불은 반드시 섬세해야 하겠습니다. 얘기를 시작할 때 번지점프 장비를 직원이 체크하듯, 서로 방화복은 입었는지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얼마 전 우연히 대화법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력적으로 말하기 위해선 상투적이고 뻔한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최대한 긍정적으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배고파 죽겠다를 배고프니 맛있는 거 먹자로 말하기. 바빠서 미치겠다를 바빠서 감사해라고 말해보자는 것입니다.


그 강의가 꽤 인상 깊었는지 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민방위 훈련은, 예비군 훈련은 의무적으로 가르치면서 왜 대화법을 가르치는 과목은 전 국민 필수 교양이 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매일 뜨거운 불을 내뱉으며 살고 있지 않은가요.


일은 말로 하고, 사랑도 말로 합니다. 술집에 카페에 들어서다 보면 죄다 말들입니다. 꾸준히 말이 범람합니다. 매일 대화의 데이터가 서로의 가슴에 오고 갑니다. 말로 상처받고 일어서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말에 대해선 능숙하지 않습니다.


간혹 말이 많아질 때가 있습니다. 불안하면 말이 많습니다. 어두운 구석에 앉아 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쌓아둔 염증을 토합니다.


그들에게 미안합니다.


슬플 땐 말을 잘 다루기가 힘듭니다. 그때는 마냥 내 불이 너에게도 뜨겁기만을 바랐습니다. 내 화상이 네게도 전달되기를. 마음에 그을음이 닦여지고 나면 그제야 난 걱정합니다. 당신 방화복은 입었겠지. 데이지 않게 멀리 떨어져 있었겠지.

어쩌면 사람들이 주절대는 건 우리 모두 불안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말을 뱉습니다. 매일을 매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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