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정말 없었다.
내가 당신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내온 날들에 비하면 훨씬 짧다.
나의 엄마를 입양해 정성껏 키워주신 당신 덕분에
내가 태어났고,
그 와중에 나의 아빠라는 사람은
정말 피가 섞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남처럼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새 교복을 입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암으로 4년여를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당신과 나는 함께 먼 길을 배웅했다.
그날, 우리는 서로밖에 없었지만
같이 슬퍼하지는 못했고
각자의 방에서 숨죽이며
따로 울었다.
나는 하나뿐인 엄마를 떠나보냈고,
당신은 하나뿐인 딸을 떠나보냈으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한 치의 의심 없이
가족은 서로뿐이라고 믿어온 우리가
그 사실을 마주하게 된 계기는
누군가의 화풀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의 탓도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당신이 나에게 준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더 위대했으니까.
비밀이 풀린 그날,
당신과 나는 서로를 마주 보며
처음으로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그 눈물마저도 서로를 향한 것이어서
많이 슬프지는 않았다.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당신은
내가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해 울었고,
그 사실을 알게 한 사람이
야속해서 울었다.
나는
지난날 못 해드렸던 것들,
말을 듣지 않았던 순간들에 대한 죄송함과
그럼에도 늘 사랑으로만
나를 바라봐 주었던
당신에 대한 감사함에 울었다.
이 비밀은
어쩌면 당신의 배려였고,
보호였으며,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사랑에 대한 영상의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베스트 댓글 중 하나였다.
“사랑이 눈에도 보이는 거였구나.”
그 문장이 떠올랐다.
당신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을 넘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믿게 되었다.
영원한 비밀은 없어도,
영원한 사랑은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도
당신을 보며
그 말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