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사랑의 형태

by 홍시은
제목 없는 디자인의 사본의 사본의 사본의 사본의 사본의 사본.png

마지막화


우리라는 사랑의 형태


오늘도 당신은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나에게 밥을 잘 챙겨 먹으라며 신신당부한다.


오늘도 나는
같이 맛있게 외식한 밥값은
자신이 낼 거라며 덥석 십여 만 원을 쥐여 주면서,


정작 본인의 기운을 차리게 할
칠만 원 남짓한 수액 값은 아까워하는 당신에게,
나는 참지 못하고 또 짜증 섞인 잔소리를 내뱉고 만다.


"맞으면 기운이 난다니까, 주기적으로 맞으러 다녀요.”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보낸 긴 시간들은
이 짧은 글 몇 줄로는 설명도 되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문장을 다듬고 글로 긴 다리를 놓아보아도,

당신이 있는 곳까지 닿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는 걸.


여전히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그다음에 올 날들도
우린 같을 것이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을 닫기도 하며,


또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서로를 보고 웃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하느라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울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당신에게
얼마 만인지 모를 서툰 진심을 표현하고자


“사랑하오.”


정확하게 이 네 글자를 말하는데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내뱉은 이 말에 당신은 부끄러운지
자꾸만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돌린다.


왜 나한테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당신은 “어?” 하고 못 들은 척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어 온다.


이런 모습이 당신이고, 우리다.


사랑의 형태는 어떻게 생긴 걸까.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랑의 정의가 존재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책 아니면 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한 사랑은
얼마나 헤아릴 수 없이 많던가.


이건 사랑이야, 저것도 사랑이야.

어떤 형태는 누군가에게 사랑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정의들을 다 떠나,
오롯이 당신과 나, 우리에게만 집중해 본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우리를 떠올릴 때가 있다.


무언가 남들과 다른 우리의 모습,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내면 깊숙이 들어가면 우리조차 알기 어려운 건
아마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 준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거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그렇다고 당신의 사랑을 감히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이 글이 내 옆을 지나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당신에게
미리 전하는 내 사랑의 표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을 주고 싶고, 받고 싶은 우리가
사랑이라는 걸 아직도 잘 몰라서
이토록 서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잘 모르는 이 사랑을 더 하고 싶다.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나는 당신을 조금 더 오래 사랑하고 싶다.

이전 08화헤어짐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