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명함이 되어버린 남자

by 안건백

40대 가장인 김을수.

그는 소규모 집기 철거업체의 사장이다.

지금은 연말이라 폐업하는 가게가 많고, 일거리가 많았다.

잡혀있는 일들을 차질 없게 하려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했다.

김을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양말을 신고 티셔츠와 바지, 외투를 걸쳤다.

그의 아내도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뭐 필요한 건 없고?”

“어 자기야. 오늘 세 군데를 돌아야 해서 저녁도 아마 밖에서 먹고 와야 할 거 같다. 마지막이 의정부라서 몇 시에 올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그래. 몸조심하고.”

집을 나선 그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이동 중에 경비원을 마주쳤다.

“어 김 사장? 요즘 일이 많은가 봐. 이 새벽에 출근을 하네.”

“네. 오늘 세 군데를 처리해야 해서요. 좀 바쁘네요.”

경비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차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는 운전 중에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일이 없었고, 인원 배치를 어떻게 할지, 확인해 봐야 할 것들이 뭐가 있는지 생각하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5시 30분쯤에 도착하였고, 직원들은 6시면 올 예정이었다.

평소 출근 시간은 이렇지 않지만, 그와 직원들은 바쁠 때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먼저 창고에 들러 필요한 장비들을 확인하고,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화이트보드에 이번 주에 작업할 곳들이 빼곡히 적혀있고, 대금 처리할 것 등 일에 대한 메모들이 보드의 가장자리를둘러싸고 있었다.

두 곳의 철거 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두 팀으로 나누고, 먼저 끝나는 팀은 마지막 장소로 이동하고 나중 팀은 사무실로 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일을 하며 폐업한 사장님들을 대면하지만, 건물주와 소통 할 때도 많았고, 인테리어 업체, 폐기물 처리 업체, 중고 매입상, 부동산 중개인 등과도 항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업무의 특성상 그는 핸즈프리 이어폰을 사용했고, 집기를 철거하면서도 식사하면서도 통화를 자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삼화빌딩 2층 명진식당 철거 맡은 동양 철거입니다.”

“네 철거할 때. 벽이랑 천장은 건드리면 안 됩니다. 원상복구 범위는 기존 계약서대로 지켜주셔야 합니다.”

“여보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동양 철거입니다. 이번에 역삼동 곰탕집 새로 공사 들어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맞습니다. 철거는 언제 진행 가능하세요? 저희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공사 들어가야 하거든요.”


본인도 육체노동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또 통화도 자주 하고 그는 항상 바빠 보이고 전문가처럼 보이기도했다.

그날 먼저 철거가 끝나서 그의 팀은 마지막 장소로 이동했고, 나중 팀에게는 창고에 물품만 정리하고 먼저 퇴근하라고 이야기했다. 본인 팀원들에게는 물건 정리는 내일 오전에 할 테니 철거 끝나면 트럭만 사무실에 대놓고 바로 퇴근하자고 전달했다.

그는 마지막 일을 끝내고 직원들과 뼈다귀해장국을 저녁으로 간단히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며 아내와 손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집기가 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어떤 물량인가요?”

“테이블, 의자 한 20세트, 냉장고 2대, 가스레인지, 그리고 잡동사니 비품들이 좀 있습니다. 대략 2.5톤 트럭 한 대분량 나올 것 같습니다.”


아내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기에 통화 중인 남편을 뒤로하고, 시청 중이던 드라마의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통화를 끝내고 씻은 후 빠르게 잠자리에 들었다.


김을수의 평일 하루는 일 그리고 저녁에 조금 시간이 생기면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일 관련 통화들.

주 6일을 일했기 때문에 일요일이 유일한 휴무였는데, 그는 오전에 조기축구회를 햇수로는 8년째 나가고 있었다.

사실 그가 축구를 즐긴다기보다는 인맥적인 부분이 사업에 도움 되는 면이 있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어 박 사장. 지난주에 사당동에서 식당 하나 철거했는데, 진짜 힘들었다니까. 냉장고가 말이야, 10년은 된 놈인데 무게가 장난 아니더라. 네 명이 매달려도 안 움직이는 거 있지?

“와, 그거 어떻게 옮겼냐?”

“결국 지게차 불렀지. 원래는 그냥 인력으로 빼려고 했거든? 근데 건물주가 엘리베이터 절대 쓰지 말라 그러는 바람에 계단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거야. 그날 하루 종일 진땀 뺐다니까.”


그는 조기축구회에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같은 건 말해 본 적이 없다.

오로지 본인의 일 관련된 이야기를 즐겨 했다.

또 경기중이 아닐 때 일 관련 전화가 오면 목소리에 힘이 붙는 것도 같았다.

김을수는 조기축구회원들과 경기 후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낮잠에서 깨면 일 관련 통화를 하고, 저녁을 먹고 또 티비를 보다 통화를 하고 잠을 잤다.

그렇게 그의 삶은 반복 되고, 그는 인간 김을수가 아닌 동양 철거 김을수 그 자체가 되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