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에 하나

생각 꽃, 인생

by 풀잎

실은 난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관해 별로 확신이 없어. 그래서 애들을 기르는 친구한테 물어본 적이 있지.

"내가 자식을 여럿 낳는다고 가정해 봐. 만에 하나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 인생에서 겪은 안 좋은 일들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면 어떻게 하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웃으면서 이러더라고.

"만에 하나라니. 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 나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만에 하나라니!

오죽하면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을까.

나도 내 부모를 탓하며 컸고 내 아이들도 가끔 나를 탓한다.

이쯤되면 '가끔'을 위안으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또 막상 부모가 되고 보면 자식의 불운이 '만에 하나'가 아니라 모두 내 탓이 되고 만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만에 하나 이 사람과 결혼했는데 몇 년도 안 돼 사랑이 식으면 어떡하지?


세상엔 "만에 하나라니! 너 제정신이야?"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누구라도 피하기 어려운, 묵묵히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저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이것저것 따지고 재 봤자 소용이 없는, 그래서 웃으면서도 웃지 못하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아무 소용 없는, 그냥 중간만 해도 대성공인 그런 사건들이 있다. 사는 동안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그런 때엔 무작정 나를 탓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내 탓까지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회피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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