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겨울의 온탕과 냉탕

by 여행같은일상

미국 회사의 한국 오피스 10주년 연말파티

그 주인공 중의 하나였던 나는 설렘에 상기된 표정으로 레드카펫에 섰다


10년 전 미국 유학 중 한국에 방문했다가 알바 겸 일을 시작하자 돌아가는 걸 막아선 엄마

딸이 20대 후반 가장 예쁘게 빛나는 시간을 청바지와 운동화만 걸치고 다니는 게 못내 아쉬웠던 엄마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옷다운 옷을 입고 구두 소리 또각또각을 꿈꾸셨나 보다


자유롭던 회사 분위기에 여전히 오피스룩과는 거리가 멀게 생활하였지만 10년 동안 나의 역마살에 한풀이하듯 장기 또는 단기 출장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영국 오피스로의 발령을 앞두고 커리어의 시작점이던 한국오피스의 10주년 파티라니 오늘은 한껏 또각또각을 뽐내본다


바로 1년 전 나는 영국 오피스에서 단기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익숙한 환경에서 한 발짝 떨어진 시간은 영국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그려보는 한편 나와 주변인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서 보낼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시간을 지나 낯선 공간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묵은 인연들의 응어리를 정리하고 나서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던 걸까

12월 31일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함께 바라보던 스펙터클한 불꽃처럼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연애를 시작했다


싱가포르와 한국 사이를 오가며 2-3달에 한 번씩 만나던 우리가 과연 내 근무지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싱가포르에서 그와 함께 하는 삶과 영국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는 내 모습을 저울질하던 어느 날


싱가포르를 출발한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도착해 휴대폰을 여는 순간 뒤통수를 울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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