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나라”
일요일 아침마다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TV 동물농장〉이다. 동물, 특히 개들의 순수함이 좋아서 보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이번 방송의 주인공은 아파트 공사장을 배회하던 유기견, 복순이였다. 우연히 지게차 사장님과 인연을 맺은 뒤, 복순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옆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곳에서 복돌, 천솔, 당근맘, 땡이, 그리고 지게차 사장님까지 여러 보호자의 손길 속에서 살아왔다. 누구 한 사람의 반려견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어떤 반려견 못지않은 사랑을 받으며 수년을 지낸 것이다.
특히 땡이 보호자의 말이 오래 남았다. “혼자였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돌볼 수 없었을 거예요. 함께였으니까 가능했죠.” 개 한 마리를 돌보는 일도 공동의 힘이 중요하거늘, 하물며 우리 아이들의 양육은 더할 나위가 없을까.
토머스 모어는 그의 저서 『유토피아』 에서 아이의 양육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보았다. 기본적인 양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지지만, 교육과 사회화는 공동체가 함께 책임진다. 모든 아이들은 들판에서 농업을 배우며,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이들은 학문을 이어받아 학자나 지도자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며, 사회 전체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들은 어떠한 차별도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다. 모든 재산은 공동의 것이며, 욕망과 경쟁은 사라진다. 그래서 시민 모두가 평등하다. 그들은 하루 여섯 시간만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와 자기 계발, 학습에 쓴다. 개인의 성장은 곧 공동체의 성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조금 다르다. 더 풍족하고, 더 화려하고, 더 우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야만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유토피아’. 그래서 모어가 말한 절제와 조화, 그리고 만족으로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유토피아’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때때로 우리는 경쟁에 지쳐 서로를 원망하거나, 가진 것을 지키려 서로를 적대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모어의 유토피아는 결국 도달할 수 없는 이상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누가 ‘나만의 유토피아‘를 나누려 하겠는가.
그런 세상 속에서도 복순이에게 보내진 작은 손길들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무거운 깨달음으로 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