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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_ 나의 선택이 만든 파문 속에서

발버둥이라는 이름의 삶

by Evanesce

Struggle [ strʌɡl ]

1. 투쟁[고투]하다, 몸부림치다, 허우적 [버둥] 거리다

2. 힘겹게 나아가다 [하다]



항상 좋은 일들만 눈앞에 펼쳐질 수는 없다. 인생은 종종, 내가 내린 결정을 향해 되돌아오는 반향으로 가득하다. 그 결정이 옳았는지 글렀는지를 따지기도 전에 파문은 이미 번져나가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아파한다.


나는 그 고통을 바라보며 마음속 어딘가가 천천히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타인의 상처가 자라날 때, 그 단호하기만 한 현실 앞에서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다.


그 사람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침묵으로 지나친 장면들, 무심히 흘려보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무게로 남았을지를 생각한다면, 가슴 한편이 조용히 저며온다.


미안하다는 말은 언제나 너무 늦게 입술에 맺히고, 그마저도 꺼내려하면 공기처럼 흩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대신 오늘을 살아내는 방식으로 사과의 의미를 전하려 한다. 시간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나은 인간이 되어, 그 상처의 그림자를 덜어내어 줄 수 있는 쪽으로 발버둥 치려 한다.


내 결정으로부터 나는 도망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 낳은 상처와 마주 앉아야 한다. 어떤 날은 그 상처가 나를 바라보며, 도망치려 하면 따라붙고, 외면하려 하면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고통은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라는 나를 향한 질문은 바늘처럼 날카로워 쉽게 손댈 수 없지만, 결국 그 찔림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고통은 단순히 견디는 대상이 아닌 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이정표 같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잇따를 때, 그 혼란의 중심에는 늘 내가 있다. 나의 선택, 나의 말, 나의 침묵,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의 마음이 모두 한데 얽혀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이제는 그 얽힘 속에서 헤쳐 나가려 한다.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잡아당기며, 그 매듭의 다른 한쪽 끝에 닿아있을 그 무언가를 느끼며.


누군가는 이를 '투쟁'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오히려 '살아 있음의 증거'에 가깝게 느껴진다. 숨이 가빠오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조차,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 그것이 희망인지, 죄책감인지, 혹은 단순한 본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그 감각 하나가 다시 나를 현실로 끌어올린다.


아마 인간이란 그런 존재일 것이다. 무너짐 속에서도 완전히 부서지지 않는, 절망의 바닥에서조차 다시 손을 뻗어내는 존재.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의 소음은 더 커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둘 흔들리고,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안의 침묵을 바라본다.


그 침묵은 냉혹하지만 정직하다. 변명도, 위로도 없다. 다만, 나 자신이 만든 결과와,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의무만이 남는다. 그 무게를 견디며 하루를 지나 보내고, 다시 다음 날을 맞이한다. 그 반복 속에서 서서히 배운다. 세상은 완벽히 이해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해하려는 몸짓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이 지루한 싸움이 언제쯤 끝이 나게 될까라고 때로는 생각한다. 그러나 곧 알게 된다. 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이미 싸우고 있다는 것을.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몸짓이 어느새 헤엄이 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서툴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래서 오늘도 발버둥을 쳐본다. 누군가의 눈물 앞에서, 내 결정이 만들어낸 어둠 속에서, 그래도 이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믿기 위해서, 부끄럽고 어설픈 발버둥을 통해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서고, 상처를 안은 채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는, 그 불완전한 몸짓 속에서 조금씩 버텨나간다.


결국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결정은 책임을 남기고, 모든 책임은 다시 나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 성장의 과정은 언제나 미안함과 맞닿아 있다. 오늘도 그 미안함을 품은 채,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린다.


그것이 나의 발버둥이고 나의 생이다. 비록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이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완벽한 자유로움을 갈망하며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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