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본 전국을 기차로 다녀볼까?

후회를, 기회로!

by 이듭새


모든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사람이 살면서 후회 없는 선택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많은 후회들 중 제법 굵직하게 자리 잡은 것 중 하나. 한 나라에서 1년간 워킹과 홀리데이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로 일본에서 지낼 때, 진학을 위한 학비를 모으는 데에 집중하느라 홀리데이는 거들떠도 안 보고 워킹에만 집중했던 시간이다. 그때 조금이라도, 아주 짧게라도 쉼표를 찍으며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전철마저도 차비 아낀다고 웬만하면 안 타고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던 시절. 건강했고 호기로웠고 가진 시간도 많다고 생각하던 단단한 20대였더랬다.


어쩌다 가끔 전철역 플랫폼을 빠른 속도로 지나는 신칸센을 보며 가볍게 스치듯 하던 생각. '기차 타보고 싶다.', '기차 타고 여행하면 좋겠네.'. 여유도 없고 여력도 없던 당시에는 그런 지나가는 생각이 전부였고 그 지나간 생각이 나중에서야 야트막한 후회가 되어 마음 한편에 자잘하게 깔린 채, 그렇게 또 하루하루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2023년. 깊은 곳에 깔아 뒀던 후회를 꾸역꾸역 끄집어내던 7월의 어느 날. 내가 가진 수많은 후회들 중 하나였던 이 큰 후회 하나를 시원하게 기회로 바꾸기로 했다. 기차 여행을 하자. 일본 전국을 기차로 다녀보자. 일본 여행을, 기차로 하자.


생각을 하고 마음을 굳히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후회를 기회로. 십 년도 더 된 케케묵은 후회는 머지않아 고마운 기회가 되고 그 기회는 멋진 경험과 행복한 추억이 될 테다.








<재팬 레일 패스>라는 것이 있다. JR 그룹의 6개 회사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패스로, 철도를 이용하여 일본 각지를 여행하기에 적합한 경제적이며 편리한 티켓(이라고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이다. 내가 이 여행을 확정 짓게 된 것에 이 전국 레일 패스의 영향이 컸다. 2023년 10월부터 레일 패스 가격이 대폭 인상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2023년 기준 보통객차 21일권은 60,450엔. 2025년 현재 보통객차 21일권은 100,000엔.)


이 또한 기회다. 그렇게 생각을 정한 후부터는 지체 없이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예산을 넉넉하게 잡지도 않았고 패스권의 특성상 정해진 기한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천천히 여유롭게 여행을 한다고 해도 시간에 온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다. 결국 전국 레일 패스 21일권에 북큐슈 패스 5일권을 추가 구매하고, 약 한 달 이상의 동선과 각 지역의 숙소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지리를 정확하게 몰랐던 터라 하루에도 수십 번 지도를 보고 찾고 기차표 시간을 검색하고 역을 검색하고 주변 동선을 확인했다. 그렇게 세 달 가까이 머리가 터지도록 짜고 또 짜서 계획했던 일정은 아래와 같다.



[칸토] 도쿄[홋카이도] 하코다테 ⇾ 삿포로 ⇾ 오타루 ⇾ 삿포로[토호쿠] 아오모리[츄부] 나가노 ⇾ 시즈오카 ⇾ 아이치[칸사이] 교토 ⇾ 나라[시코쿠] 카가와[츄고쿠] 오카야마 ⇾ 돗토리 ⇾ 히로시마 ⇾ 야마구치[큐슈] 오이타 ⇾ 쿠마모토 ⇾ 나가사키 ⇾ 사가 ⇾ 후쿠오카



결과적으로는 감사하게도 원하던 계획대로 모든 이동에 성공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과연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달 이상의 계획부터 난관이었고 그 난관이 어느 때는 스트레스가 되곤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낸 뿌듯함과 설렘. 잊을 수 없는 시간이고 기억이다. 그 추억들을 지금부터 조금씩 기록한다.


일본 전국을 기차로 다녀볼까?




keyword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