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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여행 전 쉼은 필수

칸토(関東) ¹도쿄

by 이듭새


한 달이나 지나야 다시 발을 디딜 인천공항에서의 출발.


2023년 10월의 끝자락에서 시작하는 커다란 여행. 평소에 짤막하게 다니던 작은 여행과는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작은 여행의 특징은 길지 않은 일정 안에 빠르게 많은 것을 보거나 먹거나 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부터 꽉꽉 채우는 계획들에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 잔뜩 묻어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크다. 커다랗다. 커다란 여행이다. 그래서 늘 아침 시간에 타던 비행기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빡빡하지 않고 느슨한. 해가 지고 어둑해질 즈음 이륙하는 비행기라니. 출발선 하나 살짝 바꿨을 뿐인데 괜스레 더 색다른 여행이 되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새삼 즐겁다.


늦은 시간에 출발한 만큼 깜깜한 때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 들어가려면 또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힘들거나 지친 건 아니었지만 출발 전부터 컨디션 난조였던 터라 약을 챙겨 먹었던 여행 짝꿍의 상태가 걱정이었다. 이미 잡혀있던 선약이 있지만 괜히 무리해서는 안 된다. 오늘부터 엿새는 본격적인 여행 전 쉬어가는 시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기차도 타보기 전에 몸이 축나버리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 숙소에서 쉴 수 있을 만큼 쉬기로 했다. 여행의 다른 말은 쉼이라고 생각하니까.






스키야(すき家)의 규동, 부타야마(豚山)의 라멘.


도쿄에서 살았던 것은 벌써 10년도 훨씬 전이고 살았던 기간도 고작 2년 남짓인데도 그 과거의 매일이 참 깊게도 남아있나 싶다. 도쿄에 오는 것은 늘 여행이라는 생각보다 그때의 추억을 더듬어보는 쉼에 가까운 것을 보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야지 생각하면 도쿄는 떠오르지 않는데, 현재 일상에서 좀 벗어난 쉼을 즐기고 싶다 생각하면 늘 도쿄가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도쿄에서 찾는 밥집은 흔히 말하는 맛집보다는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저렴한 음식점이거나, 그런 음식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은 가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홀린 사람처럼 들어가나 보다. 규동 체인점인 스키야(すき家)에.


면보다는 밥을 즐기는 사람이라서 라멘을 딱히 찾아서 먹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던 라멘은 츠케멘이었는데. 이번에 도쿄에서 묵은 숙소 근처에 흔히 말하는 '지로계'라 불리는 라멘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우연히 먹었는데 그 우연히 기똥차게 취향인 경우라니.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다. 그렇다. 나는 이번에 라멘 가게를 찾아다닐 기운을 장착하는 선물을 받았다. 여행 내내 짝꿍이랑 주문을 외듯 말하고 다녔다. 마시마시(マシマシ)!






엿새 동안은 우리 동네였던 하타가야(幡ヶ谷)의 길목.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적한 골목 곳곳을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 더 좋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있더라도 붐비지 않는 길을 걷는 것. 이어폰 하나를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며 슬렁슬렁 걸어 다니는 것. 후에 그때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거닐었던 그 길목이 눈앞에 그려지고 그때의 날씨나 기분도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그 감각을 좋아한다. 내게는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가는 보물들 중 하나다.






오랜만의 토리키조쿠(鳥貴族).


이번 도쿄의 엿새는 무엇보다도 '쉼' 그 자체다. 열심히 달리던 일상의 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의 쉼. 그리고 처음 시도해 보는 기차로 떠나는 타국의 곳곳을 밟기 위한 준비의 쉼.


그래서 무작정 발 닿는 곳으로 걷고 또 걷고. 걸을 수 있는 거리면 전철 대신 걸어 다녔다. 지금 이 순간을 후에 추억할 수 있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기와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정처 없이 걷기도 하고 예전에 가봤던 곳을 가보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토리키조쿠(鳥貴族)에 들어갔다. 돈도 없고 일본 생활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던 유일한 야키토리 가게. 저렴하기도 했고 주문이 어렵지 않아서 종종 찾았던 기억이 있다. 여전한 맛과 여전한 분위기 속에 있으면 꼭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무한 리필이 가능한 양배추를 씹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골목 곳곳이 예쁜 키치죠지(吉祥寺).


키치죠지(吉祥寺)는 예전부터 사람들(아마도 젊은)에게 살고 싶어 하는 동네를 물었을 때 늘 상위에 있는 지역이라고 들었다. 직접 가보기 전에는 왜 그럴까 막연히 궁금하기만 했었고 한 번 찾은 후부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곳이구나 생각했다. 내게는 지유가오카(自由が丘)나 시모키타자와(下しも北きた沢)만큼이나 이상하게 자꾸만 생각나는 곳이다. 딱히 가서 할 건 없는데도 그냥 걸어 다니면서 보이는 상점들이 좋고 사람이 많은데도 붐비지 않는 묘함이 있는 곳.






키치죠지에 있는 마메조(まめ蔵)의 평일 한정 키노코 카레.


그런 키치죠지에 가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단연 그중 하나가 되는 마메조(まめ蔵). 카레를 파는 음식점이다. 마메조는 당초에 '카레와 커피의 가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맛있는 카레를 내놓는다면 잘 될지도 모른다는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한 가게라고. 그래서 가게 내부가 밥집보다는 킷사텐(喫茶店)이라고 하는 일본 찻집을 연상케 한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느껴지는 그 분위기가, 사람이 많아도 붐비지 않는 키치죠지 골목 같기도 하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카레가 정말 맛있다. 일본인들은 음식이 순하거나 부드러울 때 마로야카(まろやか)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던데 딱 그 표현에 걸맞은 맛. 카레가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다는 말이 어울릴 줄이야. 내가 만드는 카레도 마메조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맛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됐다. 아주 맛있는 마메조. 나는 버섯 카레를 먹고 싶으니까 꼭 평일에 가야만 한다. 키치죠지는 평일에. 평일에 가서 마메조에.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恩賜公園).


그리고 나의 키치죠지행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하나의 이유. 이노카시라 공원. 1917년에 개방했다고 하니 벌써 100년도 훌쩍 넘은 공원이다.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늘 다르고 또 늘 같은 모습으로 예쁘다.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恩賜公園).


11월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지각한 가을 탓에 아직 여름이 듬뿍 묻어 푸릇했다. 우거진 나무 아래로 이노카시라 연못을 빙 두른 산책로가 널찍하게 나있어서 여유롭게 공원을 둘러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사는 곳 근처에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의 유무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몸소 느끼고 있는데. 그런 것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을 때에도 이노카시라 공원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공원이 있는 동네에서 살고 싶다 하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키치죠지에서 살고 싶다 말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어딘가의 우동 가게. 저렴한 쿠라스시(くら寿司).


숙소가 있던 하타가야에서 신쥬쿠까지는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이지만 도보로는 3-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걷기에 딱 좋은 거리라 도쿄에서 지내는 내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골고루 많이도 걸어 다녔다. 걷다가 우연히 만난 우동 가게에 가서 우동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저렴해서 종종 찾는 회전초밥 가게에서 좋아하는 접시를 골라 초밥을 먹기도 하고.






2023년은 문화복장학원(文化服装学院)의 100주년.


그렇게 걷는 길목에서 만난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곳. 나도 짝꿍도 20대 때엔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여러 사건, 사고에 결과적으로는 결국 다 접고 귀국하긴 했지만 만약 일이 잘 풀렸다면 짝꿍이 진학했을 문화복장학원을 이렇게 만나다니. 심지어 100주년이었다. 100주년 기념 축제를 하는지 현수막도 크게 붙어있고 이것저것 팔기도 하고.


누가 봐도 이곳의 학생이겠구나 싶은 학생들의 옷차림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고, 아쉽고 씁쓸하지만 이제는 추억으로 묻어둘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고 마음을 보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삼 시간이 빠른 것도 같고.





IMG_6780.JPG 잊지 말자. 실물 레일 패스 교환은 미도리 창구(みどりの窓口).


열심히 쉬고 있지만 우리의 본격적인 여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을 잊지 말 것. 곧 시작할 여정에 없어서는 안 될 재팬 레일 패스. 내가 구매해 가지고 있는 레일 패스는 쉽게 말하면 교환권에 가깝다. 그 자체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꼭 미도리 창구에서 구매한 날짜 기준으로 3개월 안에 실물패스로 교환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교환한 패스로 기차에 탑승할 수 있다.


JR패스는 내가 기차를 탑승할 수 있는 패스. 행선지에 따라 필요한 지정석 티켓을 따로 발권해야 한다. 역에 있는 발권기에서도 발권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발권할 티켓의 수가 꽤 많기 때문에 미리 조사하고 계획했던 동선대로 날짜에 맞춰 미도리 창구에서 직원을 통해 직접 발권했다. 필요한 날짜와 시간에 열차가 있는지 지정석은 남아있는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의 일정을 책임질 기차표들.


패스를 교환하고 티켓을 가득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 이제 정말 시작인가 하는 생각에 괜히 살짝 두근거린 것도 같았는데. 숙소에서 발권해 온 티켓을 늘어놓고 볼 때에는 정말이지 두근두근. 이게 다 우리가 가볼 곳들이라는 생각에 들떴다.






교카이 츠케멘이 맛있는 아카바네 쿄스케(赤羽京介).


우리의 추억이 짙게 묻어있는 가장 오래된 가게라고 하면 아카바네에 있는 츠케멘야 아카바네 쿄스케(つけめん屋 赤羽京介)가 아닐까. 면을 즐기지도 않는 내가 굳이 찾아가서 한 그릇을 뚝딱 먹는 행복함을 알게 해 줬던 첫 라멘 가게다.






쿄스케교카이츠케멘(京介魚介つけめん). 900 엔.


나의 첫 츠케멘이자 첫 교카이 라멘이었다. 면도 맛있고 무엇보다 해산물로 육수를 낸다는 교카이 수프가 처음이었다. 처음 먹었을 땐 이게 왜 다른 곳과 다르고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몰랐는데, 일반 돈코츠 수프가 아니라 교카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역시 아는 게 힘이다. 알면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달라진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가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겠거니. 라멘집 하나에 또 그런 걸 배운다.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의 새우 샐러드(小エビのサラダ)와 명란소스 파스타(タラコソースシシリー風).


또 하나의 추억.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에 쪼들려 살아본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 한 푼이 아깝고 돈이 넉넉지 않을 때 이곳만 한 곳이 없다. 지금은 물가 상승에 따라 금액이 100 엔 안팎으로 오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저렴하다. 샐러드도 300 엔 정도면 먹고 파스타도 400 엔 정도면 먹는다. 저렴하다고 맛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맛도 있다. 일단 난 맛없으면 안 먹는다. 맛있으니까 몇 번이고 또 찾아가고 또 먹는 거지.


가끔 도쿄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사이제리야에 가고 싶다고 하면 친구가 또 사이제리야냐며 웃었더랬다. 그렇지. 아무래도 긴자에서 사이제리야 찾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지.






빅쿠리동키(びっくりドンキー)의 파인애플 햄버그(パインバーグディッシュ).


도쿄에 오면 잊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이건 무조건이다. 무조건 가는 곳. 치열한 워홀 생활의 전부였던 빅쿠리동키(びっくりドンキー). 내가 일했던 곳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맛있다. 굉장히 맛있다. 햄버그 스테이크를 시켰지만 포크 나이프가 아닌 젓가락이 나올 정도로 햄버그는 부드럽고, 같이 나오는 무 샐러드가 깔끔하고 좋다. 밥도 맛있다. 이상하게 쌀이 맛있다.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내 마음속 고향 같은 곳.


몇 년 전에 혼자 도쿄에 쉬러 갔을 때 겸사겸사 일하던 지점에 가서 밥을 먹었다. 내가 일할 때 있던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었는데, 마침 같은 시간대에 일하던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서 모두와 연락이 닿았다. 어쩌다 보니 다음 날 새벽에 같이 일하던 모두가 모여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셨고 그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 네가 있었을 때가 우리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고. 모두가 다 즐겁게 일하고 웃으며 지냈다던. 네가 있을 때의 빅쿠동이 가장 밝고 재밌었던 시기였다는 그 말들이, 내가 저곳에서 일했던 것이 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는지에 대한 기분 좋은 도장을 찍어주는 것 같았다.


자꾸 뒤적이고 또 더듬어도 늘 기분 좋아지는 추억들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겠지.






오오야마(大山駅)역을 지나는 토부토죠센(東武東上線) 안에서.


일 년이나 살던 곳을 지나치는 기분을 말로 표현하려니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이상하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 것 같고. 그립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고. 아니면 둘 다이거나, 혹은 둘 다 부족하거나.


내가 살던 동네를 좋아했다. 일하는 곳인 이케부쿠로까지 걸어서 30분 안팎으로 갈 수도 있고. 동네에 기다란 상점가도 있고. 골목마다 작은 가게들이 있는 것도. 곳곳에 자리 잡은 슈퍼들이 저렴하고 신선했던 것도. 나쁜 기억은 다 흐려지고 이런 사사로운 것들까지 몽글몽글 솟아나는 이 동네가 참 좋았다.






11월의 오모테산도(表参道).


시부야에서 하라쥬쿠로 걸어가는 길을 좋아한다. 하라쥬쿠에 가까워졌을 때 하라쥬쿠보다 먼저 만나는 오모테산도(表参道)는 사실 명품거리로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명품에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명품관보다는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많은 걷기 좋은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지저분할법도 한데 이곳은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 강하다. 봄여름에는 푸릇하고, 가을에는 불긋하고. 겨울이 되면 반짝거리는.






티 라테 전문점 CHAVATY.

내게 오모테산도가 걷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된 것은 골목 구석구석 걷다가 우연하게 찾고마는 보물 같은 곳들이 있어서겠지.


많은 인파를 피해 한적한 골목으로 걷곤 했는데. 기껏해야, 와 부촌이다. 어머 여기도 미용실이 있어. 이건 옷가게인가. 이 카페가 신기하다 같은 말이나 하면서. 그러다 우연히 발이 닿은 곳이 챠바티 라는 카페 앞이었다. 호지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니? 하면서 들뜬 마음에 하나 사들고 맛있다 맛있다 즐거워하며 다시 골목 곳곳을 걸었던 기억이 또 이렇게나 행복이다. 우연이 주는 선물은 이렇게나 달콤하고.






요요기역(代々木駅)을 지나는 철길.


무작정 발이 닿는 대로 걷기도 하고, 철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정말 발 닿는 대로 걷기 좋은 나라다. 그게 도쿄만 그런 건지 다른 곳도 그런 건지는 앞으로 알 수 있게 되겠지.






하타가야 6호 거리 상점가(幡ヶ谷六号通り商店街)의 이른 아침.


잘 쉬었다. 엿새의 우리 동네 하타가야를 떠나는 날. 이렇게까지 안 챙겨 와도 됐을 텐데 하고 후회가 막심한 짐들을 업보다 생각하고 질질 끌면서 숙소를 나섰다. 늘 작은 가게마다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걸어 다녔던 6호 거리 상점가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조용한 모습이 생경했다. 이렇게 또 색다른 상점가를 눈에 담으며 잘 쉰 하타가야를, 도쿄를 떠난다.


이제 쉼은 끝이다. 충전도 끝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차로 떠나는 일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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