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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말고 그냥 울까요?

사랑 지우개, 기억 연필

by 밤얼음

사무치던 그 밤,

거친 비를 혼자 감당해야 했던 밤.


그의 옷 대신

펜을 붙잡고,

엉엉 울어버렸다.


상처가 날 헤집어 놓아도

사랑은 매일 가슴에 수놓아졌다.


굴러다니는 형광펜 하나 집어 들고,

흩어져있는 마음을 주워 모아

상처에 형광빛을 입혀본다.


그때의 내가

사랑을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기억을 지웠다면,


지금의 나는

지우개로 사랑을 쓰고,

연필로 기억을 지운다.


이제 노력하지 않을 거다.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을 거다.


가만히, 조용히, 애달프게

그리워할 거다.

보고 싶어 할 거다.

원망도 하고, 미워도 할 거다.


그냥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 거다.


그렇게 성장할 거다.

잃었던 내 이름을 다시 되찾을 거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해서.



밤얼음, 첫 번째 밤

<참지 말고 그냥 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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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