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고 싶은 너에게

죽지마

by 밤얼음

오늘 하루를 버텨내느라 정말 고생했어.

우선 집에 가서,

무거웠던 옷부터 벗어던지자.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 뛰는 거야.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잠시 멈춰 크게 내쉬어봐.

고통 끝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너의 땀을 어루만져줄 거야.


이제 다시 집에 가자.

네가 요즘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자.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배달도 좋아.

맛만 좋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니까.


적당히 따뜻하게 맞춘 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늘의 피로를 씻어 내리자.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거야.

작은 테이블을 하나 펴고,

네가 준비한 음식을 올려놓고.

오늘은 사진도 한 장 남겨볼까?

오늘의 기억이,

또 다른 모양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시간 없어서 미뤄두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틀어놓자.


참, 그전에

내일 울릴 알람부터 끄자.


맛있게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참을 보는 거야.


그런 뒤 책 하나를 꺼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문장 속에 빠져 보는 거야.


눈에 들어오는 문장도

오래된 노트 한쪽에

자그맣게 적어도 보고,

가만히 눈을 감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려도 보자.


그러다 스르르 잠드는 거야.


그러면 어느새

달이 너 대신

긴 밤을 건너줄 거야.


그리고 해가 너를 반길 쯤이면,

꺼두었던 알람 대신

새들이 노래를 불러줄 거야.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힘껏 들이마셔봐.

상쾌한 바람이

답답한 네 속을 안아줄 거야.


옆에 나뭇잎 하나가

외로이 흔들리고 있으면

예쁘게 바라봐줘.


너 혼자 울지 말라고,

이슬이 그 끝에

아슬히 맺혀있을 테니까.


그렇게 내일도 살아보자.


내가 네 아픔

감히 다 알진 못하겠지만,

네가 힘들 때

이렇게 옆에 가만히 있어줄게.


혼자 울지 말고,

숨어 죽지 말고,

다시 살아보자.


어떻게든 견뎌내 보자.


그러다 보면,

분명 좋은 날도 다시 찾아올 거야.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1화별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