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은 곰할래
다들 그랬다.
나는 바보 아니면, 미련한 천치라고.
착한 건 손해인 세상이라고.
사랑 앞에선 여우가 되라던데.
안 그래도 힘들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내 사랑만큼은, 곰이면 좀 어때.
내 평생의 두 번의 사랑.
내 사랑은 모두 '기부 앤 기브'였다.
물론 그들도 내게 '기부 앤 기브'였다.
다만, 사랑의 끝을 만든 건
서로의 기브가 아닌,
그냥 세상 속 현실이었을 뿐.
기부 앤 기브의 의미는
누구나 다를 수 있겠지만,
나에게 그건
돈이나 억지스러운 마음,
또는 희생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첫눈에 반해서
심장이 콩콩 뛰던 사랑.
스치듯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던 사랑.
단칸방이어도
상관없을 것 같던 사랑.
매일 봐도, 오래 봐도
한결같이 설렌 사랑.
시간을 이기고,
상처를 이기고,
세상까지 이긴 사랑.
그리고,
가슴 부여잡고
펑펑 울었던 사랑.
잠깐이라도 스칠까
그 자리에 한참 머물던 사랑.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사랑.
미움의 감정이
나를 파괴한 사랑.
상처로 남았음에도
여전히 사랑으로 부르는 사랑.
끝내,
세상을 이기지 못한 사랑.
모든 걸 바쳤던 사랑은
모든 후회를 부름과 동시에,
모든 후회를 밀어냈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적다.
마음을 다 줬으니 그만큼 아팠다.
사랑을 했으니,
그 모든 순간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