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도 보고 싶었어.

너 지금 어디야

by 박하준

영주가 일주일 내내 퇴근하면 자연스레 붕어빵 가게에 가 서하를 기다렸다.

서하와 우연히 만난다면 꼭 이곳에서 만나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서하는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붕어빵이 질린 건가.

아니면 나를 피하는 걸까.


“이서하 대체 어디에 꼭꼭 숨은 거야.”


오늘도 허탕을 친 영주는 붕어빵을 잔뜩 사서 선아의 집에 놀러 갔다.

결혼식 준비로 바쁜 선아와 오랜만에 보내는 불토였다.

캔 맥주 4개와 붕어빵 3천원어치.


추운 겨울에는 맥주에 붕어빵 만한 조합이 없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오느라 약간 식은 붕어빵이지만 여전히 맛있었다.

살짝 식은 붕어빵 기름의 눅진함은 오히려 맥주와 잘 어울렸다.

둘은 매서운 추울 날씨로 호프집 살얼음 맥주 느낌이 나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크으..... 이맛이야... 선아야 너 결혼하면 나 이 즐거움과 행복 누구랑 함께하지.”

“결혼해도 종종 놀러 오면 되지. 이거 비밀인데. 우리 반달가슴곰 요리 되게 잘해.”

“특히 파스타는 웬만한 양식집 뺨친다니깐.”

“으으…. 부럽다 오선아!”

“히히.”


영주는 선아가 결혼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유부녀가 된 선아는 분명 지금처럼 못 만나겠지.

결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불토를 함께할 동료가 사라질 생각에 아쉬운 영주였다.

아쉬운 마음에 붕어빵과 맥주를 양손에 들고 선아에게 짠하자고 하였다.


“짠!!!!!!!!!!”

오늘은 결혼이 얼마 안 남은 선아와 불토를 맘껏 만끽하고 싶었다.


“선아야 요새 결혼 준비는 잘 되가?”

“말도 마 영주야. 나 진짜 할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플래너 결정, 스드메결정, 식장예약, 스냅촬영,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투어, 청첩장 준비…….”

“와……. 아니 해야 할게 왤케 많아? 나는 결혼 엄두도 못 내겠다.”

“그러게 말이다 영주야…. 심지어 우리 곰 아저씨는 요새 야근이 많아서 거의 나 혼자 준비하고 있다?”

“뭐? 내가 곰 아저씨한테 한소리 좀 해야겠네!!”

“히히 역시 내 편은 영주 너밖에 없어.”


영주는 선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결혼 준비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그녀였다.

하지만 선아는 빛나고 있었다.

평생을 함께 할 남자와 결혼을 준비하여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영주는 그런 선아가 사랑스러웠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선아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면 그 반달곰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그녀들은 남은 붕어빵에 맥주 4캔을 다 비웠다.

불토에 맥주 4캔은 조금 아쉬웠는지 배민 어플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그리고 예전에 바텐더 알바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선아는 오늘 자기와 놀아준 값이라며 특제 하이볼을 제조해 주었다.


선아표 하이볼은 레몬 향이 살짝 나며 전혀 쓰지 않고 달콤한 맛이었다.


“뭐야 오선아!!! 왤케 맛있어???”

“훗. 오늘은 특별히 공짜입니다. 마음껏 주문하세요. 손님.”

“오예!!!! 나 한잔 더!! 한잔 더 부탁드려요. 오선아 사장님.”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선아표 하이볼을 3잔 먹으니 시간은 어느덧 12시가 되었다.

맥주 2캔의 하이볼 3잔.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영주였다.

더 늦기 전에 집에 돌아 가려 했다.


취한 영주가 걱정이 된 선아는 집에서 자고 가라 했지만, 영주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결혼 준비로 바쁜 그녀를 혼자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싶었다.


선아가 잡아 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영주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꾸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 그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4년 동안 잘 참아온 영주였지만, 오늘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그와의 채팅방에 들어가 쓰고 싶은 말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길 10분째.


선아에게 잘 가고 있냐는 메시지가 왔다.

그 메시지에 답하려 하는 순간 실수로 전송 버튼을 잘 못 눌렀다.

그 순간 영주는 술이 확 깼다.

그리고 서둘러 삭제 버튼을 눌렀다.


“망했다……. 망했어!!!!”

“서영주 이 바보!!!! 아니 왜 그 순간에 그 버튼을 누른거야!!!!”


앞으로 흑역사라 생각하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그 순간.

그 남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 남자의 메시지는 영주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

서하와 썸 탈 때 였을까.

아니면 서하와 사귈 때 였을까.


그 남자가 너무 좋아 닭볶음탕처럼 볼이 빨개진 적이 있었다.

그때 닭볶음탕같이 빨갛던 영주의 볼.

오늘 영주의 볼이 그 상태였다.


‘나도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