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40분에 휠체어에 앉아 등교해서 빠르면 오후 3시 30분,
특별활동이 있는 날은 4시 30분에 수업을 마쳤다.
하루 8~9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열이 없는데도 팔이나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통증이 심하지 않아 참고 넘기려 했지만
다른 부위까지 통증이 심해질 때면 친구들과 함께 양호실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
운동회나 수련회 같은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첫 운동회가 열리던 날, 체육복과 모자를 챙기느라 정신없었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 반 친구들 얼굴은 모두 웃음 띤 얼굴이었다.
아침부터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응원가와 함성이 울려 퍼졌고
달리기 시합에 출전한 우리 반 친구들을 응원하며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자 운동장 한가운데서 친구들이 얼굴까지 달아올라
힘차게 뛰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힘내”를 외치며 돌아온 친구를
챔피언처럼 박수로 맞이해 주었다.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실수한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었고 운동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들뜬 기분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행사 때마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께 감사의 의미로
빵이나 간식을 항상 준비해 준 엄마 덕분에 내 마음도 든든해졌다.
민영이는 쉬는 시간에 내 옆을 지나갈 때면
안녕! 먼저 인사를 건네주고 가끔 장난스레 팔도 톡톡 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민영이의 밝은 미소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따뜻한 인사와 소소한 장난은
우리 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민영이가 다니는 교회 행사에 초대되어 민영이, 은진이,
그리고 교회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서는 먼저 찬양팀의 인도로 모두가 함께 찬송을 부르며
예배의 분위기를 한껏 높였고
이어서 목사님의 말씀과 기도 시간이 이어졌다.
예배가 끝난 후에는 다과를 먹으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이후 민영이, 은진이, 교회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라와 인연의 시작은 한 번씩 자리를 바꿨는데
꽤 오랫동안 내 뒷자리에 보라가 앉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수업 시간에 다 적지 못한 필기 노트를 빌리고 대화가 많아지며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엔 소설 쓰기를 즐겨 했고
우리에게 소설을 보여주면 “이 부분 진짜 재밌다!”라며
감탄하거나 가끔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보라와의 추억 중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우리 반이 합창 대회에 나갔을 때 나와 보라는 무대 위에 나란히
서 있었고 보라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따뜻한 손길이 전해지자 한결 편안한 마음이 들며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