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왕으로부터 패자를 받다
-Episode 4 왕으로부터 패자(牌子)를 받다-
태종은 의금부에서 나영에게 약조한 대로 거처를 외국 사신들이 머무는 모화관 (慕華館)을 숙소로 정해주고 관노 1명과 관비 2명으로 하여금 시중을 들도록 선처해 주었다.
태종이 나영에게 외국 사신들과 동등하게 예우한 것은 나영이를 미래국에서 온 사신으로 인정한 것이다.
임금 덕분에 칙사 대접을 받게 된 나영은 아침에 나온 밥상을 보고 또한 번 놀란다.
시중드는 여인 2명의 24시간 룸서비스와 매끼마다 정성껏 차려진 밥상을 받는 나영은 태종에게 대한 애틋함이 더해간다.
태종의 아버지 이성계가 태종을 보고 너의 체질이 파리하고 허약해서 만리의 먼 길을 탈 없이 다녀올 수 있겠느냐? 태조실록 3년 (1394) 6월 1일
전에 이 글을 읽어본 나영은 태종이 병약한 체격을 가진 왕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 만나 본 태종의 마초 같은 상남자 스타일에 나영은 완전 넋을 놓고 말았었다.
역시 무장의 아들로 수많은 전장에서 공을 세운 무장 다운 면모였다.
거기에 문과 급제까지를 했으니 상남자 맞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의 왕권을 위해 형제와 스승을 살해하는 흉폭함도 가진 비범한 인물임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 이방원의 1,2차 난 전부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음을 나영은 인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수일 후, 임금님이 잠시 후에 직접 이곳으로 오신다는 전갈을 받은 관비가 놀라 나영에게 고한다.
잠시 후 정말 태종이 모화관 나영의 처소에 들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태종 : 그래 지낼만하더냐?
나영 : 네 전하 덕분에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태종 : 내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잠시 들렸다.
나영 : 하문하십시오 전하
태종 : 내 일전에 너에게 너의 비상함으로 온 나라의 백성이 평안하고 행복한 조선을 위해 힘써 줄 것을 말 한 바 있다.
나영 : 네 전하 명심하고 있습니다.
태종 : 그렇다면 그와 관련해서 내게 해줄 말이 있느냐?
태종의 마음을 살피던 나영이 대답한다.
나영 : 네 전하 제가 살피거늘 3일 후 밤에 바람이 크게 불어, 거리에 나무들이 뽑히고 들판에 곡식이 손상될 것이니 미리 방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나영은 태종에게 태풍이 올 것을 미리 예고해 주었던 것이다.
태종실록 8권, 태종 4년 7월 12일 신해
비가 많이 오다
강풍이 불어 나무가 뽑히고 농작물 피해가 있다
태종 : 이리 날이 화창하고 좋은데 3일 후 큰 바람이 온다니 내 믿기 어렵지만 너의 신통력을 이미 보았으니 너를 믿고 방비책을 마련하라 일러두겠다.
나영 : 네 전하 믿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옵고 태풍 이후에도 큰비가 12일부터 25일까지 계속 오다가 7월 25일경부터 날이 개이게 될 것이니 미리미리 수재에 대비하셔야 할 듯합니다.
태종 : 큰바람과 큰비가 열흘 이상 내린다니 네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네 말대로 방비책을 논의해서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여보마.
나영 : 네 전하하옵고 제가 염려되는 것이 있는데...
태종 : 그래 그게 무엇이냐?
나영 : 송구하오나 제 생각인데요.
전하께서 제말을 들으시고 그에 따른 조치를 내리신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왕이 사술을 믿고 그를 행한다는 소문이 돌면 전하께서 난처해지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됩니다.
태종 : 오호 네가 거기까지 생각했느냐 , 조선이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하고는 있으나 네가 하는 말은 논리가 정연하여 사술이라 보기 어려우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내 은밀히 조치하겠다...
나영 : 네 알겠습니다 전하
그로부터 3일 후 조선에 태풍이 불고 폭우가 10일 이상 퍼부어 많은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날이 개이고 다음날 다시 임금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에 태종의 용안을 뵙는 것이라 나영의 마음이 설렌다.
태종 : 그래 오랜만이구나 별일 없었느냐?
나영 : 네 전하
태종 : 네가 말한 것처럼 열흘 넘게 큰비가 오고 커다란 바람이 불었음에도 재산 피해는 있었다만 인명피해가 없었음은 모두 네 덕이다. 해서 너에게 상을 내려주고 싶은데 원하는 것을 말해보거라
나영 : 상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저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태종 : 아니다 너는 이미 조선의 백성 수십 명 이상의 목숨을 살렸느니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나영 : 그러시면 저의 궁밖 출입을 허락하여 주실 수 있으신지요?
태종 : 뭐라 궁밖 출입을 못하고 있었더란 말이냐?
나영 : 나가보려 하지 않아 잘 몰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태종 : 알았다.
너에게 궁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패자(牌子)를 만들어 줄 터이니 나인들과 편하게 다니거라
나영 : 정말 감사합니다. 전하
태종 : 그리고 앞으로 조선에 별다른 변고는 없겠느냐?
나영 : 네 말씀드릴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듯합니다.
다만 "8월 27일경 "태백성이 심성을 범하게 됩니다." 이는 신하가 임금을 범하는 상이라 하여 흉조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는 앞전에 제가 태백성을 설명해 드린 것과 다르지 않으니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조 : 알겠다. 네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구나 언제든 내게 할 말이 있거든 나인들 시켜 연통하거라 그럼 이만 간다.
나영 : 네 전하 강녕하십시오.
나영은 궁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왕명으로 만든 패자를 가지고 궁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신이 나서 잠도 못 이룰 지경이었다.
그로부터 3일 후 노비들 포함 3개의 패자와 100냥의 포상금이 함께 전달되었다.
조선초기 100냥의 가치는 현재 500만 원 정도의 가치다.
불천정간의 패자는 조선시대 국왕의 뜻에 의해 움직이는 합법적 권한자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궁을 출입할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영은 용전(用錢)과 왕 명으로 발급된 패자(牌子)를 받으니 천하를 얻은 듯 기뻤다.
노비들 역시 기뻐서 서로 안고 눈물까지 흘린다. 전하 감사합니다.
-Episode 5 "전주 이씨"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