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태종 이방원을 만나다.
-Episode 3 태종 이방원을 만나다-
나영은 송악목에서 옥순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기록한 내용과 실제 상황이 대부분 일치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신묘했다.
나영이 조선에 불시착한 닷새 후, 의금부에서 나장과 군졸이 나영을 압송하기 위해 송악목에 도착했고 나영은 포승줄로 묶여 나장들의 뒤를 따라 걸어서 개경으로 압송되었다.
의금부는 주로 왕명을 취급하는 조선시대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역모죄 같은 중죄인을 다스리는 기관이라 일단 연행되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다들 끌려가기도 전에 혼절하기도 한다.
더구나 나장과 포졸들의 무표정하지만 근엄함에 눌려 나영은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끌려가면서도 태종 왕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고 속으로 다짐해 본다.
의금부에 도착하자 의금부 도사에게 인계되고 의금부 서리가 인계문서를 확인한 후 옥졸이 나영을 인치하여 감옥에 밀어 넣으면서 말한다.
옥졸 : 얌전히 지내거라 너의 신원이 밝혀지면 방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태백성이라 흐흐 음
이들은 여전히 나영이가 태백성을 타고 내려온 요물로 생각하는 듯했다
잠시 후 신문이 이루어졌다.
도제조 : 6월 6일 태백성이 해 가운데 빛나고, 괴이한 여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니 실로 이변이라. 그대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나 영 : 네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2025년... 그러니까 먼 미래에서 왔어요.
낭 청 : 이십이십오 년이라... 그것이 연호요, 혹은 왕의 이름이냐?”
나 영 : 아니요, 세기가 달라요. 태종... 임금님 시대로부터 여섯 백 년쯤 뒤입니다.”
도제조 : 하늘의 별이 낮에 드러난 날, 여인이 하늘에서 내리더니 입에서 괴이한 말이 쏟아지는구나...
혹 신의 사자이냐?”
나 영 : 신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단지... 하늘을 나는 기구가 고장 나서—”
낭 청 : 하늘을 나는 기구라? 새도 아닌데 하늘을 난단 말이냐?
그대가 타고 온 천천(天簷, 하늘의 깃발)은 어디 있느냐?”
나 영 : 네 그것은 송악목에서 보관 중이에요.
도제조 : 그대의 말은 실로 믿기 어렵다.
태백성이 낮에 나타났으니 이는 하늘의 경고라 하거늘,
혹 그대가 그 별에서 내려온 신이 아니겠는가?”
나 영 : 별에서요...? 아니에요. 저는 사람이라고요!”
낭 청 : 신이 아니면 요괴(妖怪) 일지도 모릅니다.
어찌하여 그 옷이 비단보다 가볍고, 빛이 쇠 같습니까?”
도제조 : 여봐라, 저 여인의 옷의 재질을 살펴보라. 혹 불법(佛法)의 술(術)로 만든 것이 아닌지 가려야 한다.”
서 리 : 태백성이 나타난 날, 하늘에서 떨어진 괴이한 여인.
그 이름은 이나영 27세라 하며, 출처를 ‘이십이십오 년’이라 일컫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1차 심문이 끝났다.
다시 의금부 옥사에 갇히게 되는 나영 그곳에는 먼저 들어와 있던 여인이 나영을 바라보며 먼저 눈인사한다.
여인 : 이곳에서도 태백성 타고 내려온 여인이 온다는 소문이 돌아 누군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같이 있게 되니
반갑네요.
나영 : 네 안녕하세요
여인 : 너무 걱정 말아요. 죄가 없다면 곧 방면될 것이요
나영 : 그런데 제 말을 못 믿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에요.
먼저 들어와 있던 여인은 남양주 오남에서 남편 살해 혐의로 와 계시다고 했다. 남편 재산을 노린 중범자로 신문을 받고 있었는데 그 사이 살해 현장 목격자가 나타나 지금은 진범을 잡아 취조 중이라 자신은 곧 풀려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자 2차 신문을 받아야 한다며 나졸들은 나영을 다시 의금부로 데리고 간다.
나와보니 송악 목사 이원형도 와 있었고 나영의 캐노피도 보인다.
도제조 : 뒤에 보이는 것이 내가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천이냐?
나 영 : 네 맞습니다.
도제조 : 송악 목사에게 보여 주었다는 그림을 여기서도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나 영 : 그런데 제 휴대폰을 하옥 전에 전부 나졸이 가져가셔서 지금은 보여드리지 못합니다.
도제조 : 그럼 그것만 가져오면 보여줄 수 있겠느냐?
나 영 : 네 가능할 듯합니다
도제조 : 당장 가서 어제 영치한 이 여인의 소지품을 가지고 오너라
잠시 후 나졸이 나영의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휴대폰을 받아 든 나영은 전원을 컸다.
배터리 25% 남았다.
나 영 : 이것으로 도제조님 모습을 그려보겠습니다. 옆 촛불이 있는 탁자로 옮겨 앉아 보세요.
폰으로 촬영한 도제조의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을 본 도제조는 화들짝 놀라며
도제조 : 송악 목사의 진술이 사실이구나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왕께 보고해서 왕의 처분을 기다려보자 오늘 조사는 이것으로 마친다.
나영은 송악 목사에게 목례로 인사를 나눈 후 감옥으로 돌아오면서 이제 태종 왕을 만날 수 있는 건가를 생각하며 왕을 만나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에 잠긴다.
살고 죽는 것이 왕에게 달렸으리라...,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옥사에 갇혀 있던 여인은 어제 석방되었고 이제 혼자 남은 나영은 더욱더 초조한 마음으로 3차 신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의금부 옥사는 다른 감형에 비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다음날 조반을 챙겨주던 나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해준다.
나장 : 오늘 왕께서 너를 친히 국문을 하신단다. 마음 단단히 하거라
나영 :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잠시 후 나인 3명이 옥사로 들어와 나영에게 임금님 뵙기 전에 의복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준비해 온 한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하고 머리도 쪽을 지게 해야 한다며 빠른 손놀림으로 나영을 조선의 여인으로 변신시킨다.
한복으로 갈아입은 나영은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나졸들을 따라 국문장으로 간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 나영 국문장 의자에 앉으니 나졸이 다가와 포박한다.
잠시 후 환한 후광을 받으며 태종 이방원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난다.
당시 태종의 나이 37세 나영은 27세이다.
태종을 본 순간 나영의 얼굴에 홍조가 돈다.
임 금 : 네가 태백성을 타고 내려왔다는 그 여인이냐?
나영이 생각했던 무시무시한 이방원보다 훨씬 잘생겼고 온화한 미소가 돋보이는 상남자 스타일이다.
나 영 : 네 전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태백성을 타고 내려온 것이 아니오라 제가 천천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올 때 때마침 태백성이 나
타 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 금 : 그게 그거 아니더냐? 태백성이 낮에 나타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짐에 대한 하늘의 경고 아니면 성
군의 덕이 드러나는 길조라고들 한다. 너의 생각은 어떠한지 말해 보거라
순간 나영은 생각한다 내가 이 시점에서 말을 잘못하면 당장 목이 떨어질 것이고 왕을 잘 설득하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나영 : 네 전하 말씀드리기 전에, 저는 600년 후에 살던 사람입니다. 전하께서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전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말씀드리는 것이니 물리지 마시고 천천히 들어주시고 하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전하께서 알고 싶어 하시는 조선왕조실록을 전부 공부한 사람으로서 상왕 때부터 후대 왕의 모든 기록을 알고 있습니다.
임금 : 하하하 그래 네 말을 내가 믿고 아니 믿고는 모두 네게 달린 것이니 하나하나 설명해 보거라.
나영 : 네 전하 들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본시 태백성은 태양을 약 224.7일에 한 바퀴 돕니다. 이를 공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태백성이 낮에 보이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태종 : 3가지라
나영 : 네
첫째 : 태백성과 태양과의 이각거리가 40도에서 47도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 매우 밝아야 합니다. 4등급 이상
셋째 : 맑고 투명한 날이어야 합니다.
임금 : 내 천문학을 따로 수학한 적은 없다만 네가 하는 말이 전혀 허구로 들리지는 않으나 이해하기는 어렵구나 따라서 태상왕께서 설치하신 관상감 (觀象監)에 가서 네가 알고 있는 지식을 소상히 설명하거라
( 이 사건 이후 조선 4대 왕 세종 때에는 나영이 설명해 준 내용을 토대로 태극성이 나타나는 시기를 계산해 내는 성과가 있었는데 그 기록인 "칠정산(七政算) 외편" 중 “태백성 계산법”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태백성은 항상 일(日)의 앞뒤에 있으니,
그 각거(角距)가 넓으면 밝게 보이고,
그 각거가 좁으면 해와 함께 숨어 보이지 않는다.
천구의 차를 따져서 근일(近日)과 원일(遠日)을 구하면,
그 보임과 숨음을 미리 알 수 있다."
나영 : 네 전하 그리하겠습니다.
태종 : 듣자 하니 네가 순식간에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재주가 있다 들었는데 그것이 지금도 가능하겠느냐?
나영 : 네 전하 가능하옵니다.
태종 : 그렇게 눈 깜 작사이라면 나를 그려보거라
나영 : 네.
소매 끝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커니 15% 남았다. 나영은 태종을 찍었다. 폰과 마음으로...
폰 화면에 자신의 모습을 본 태종이 크게 놀라며 말한다
태종 : 이것이 어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더냐…
그대가 말한 그 ‘미래’라 함이 참이라면, 그대는 하늘이 내게 보낸 자이니라.
부디 나를 도와 온 나라 백성이 평안하고 행복한 조선을 만드는데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
나영 : 전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리옵니다. 다만, 한 가지 간절히 청하옵나이다.
제가 타고 온 ‘천천(天船, 하늘의 배)’이라 불리는 물건을 원상 복구시켜 주시고,
때가 되면 제가 본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옵소서.
나영은 눈물을 흘리며 읍소한다.
태종 :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건 내가 약조하마.
그대가 지낼 거처를 마련해 줄 테니 편히 쉬면서 상한 몸부터 챙기거라
나영은 왕의 진심 어린 제안에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영: 전하께서 제 말을 믿어 주시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전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태종과의 숨 막히는 조우를 마친 나영은 태종의 온화한 말투와 상남자 스타일의 외모를 생각하며 앞으로 전게 될 자신의 앞날이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해 본다.
-Episode 4 왕으로부터 패자를 받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