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을 씹어 먹은 여인(7)

Episode 7 조선 최초 궁녀들에게도 직명(職名) 부여

by 뜨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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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년 새해가 되었다.

나영이 조선에 불시착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었다.

나영은 임금께 새해 문후를 드리고자 연통을 넣었으나 태종은 직접 나영궁으로 올 것이라고 하였다.

태종은 진정 나영을 대신들이나 다른 내명부 여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했다.

바로 다음날 태종이 찾아왔다.


태종 : 내 너와 녹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내게는 가장 편안한 시간이거늘 자주 오지 못하지만 마음은 이곳에 있음을 알지어다.

나영 : 네에 잘 알겠사옵니다.

나영과 식솔들은 모두 왕께 큰절로 예를 갖추며 새해 건강과 행운을 빈다.



새해를 맞이하여 왕께 새해 인사를 하는 나영과 그의 식솔들

나영 : 삼가 전하의 만수무강을 축원하옵니다.

노비 : 축원하옵니다. (전원)

태종 : 그래 고맙구나 새해 첫날에는 덕을 닦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마땅하니 너희들은 아씨를 모시는데 소흘함이 없어야 하겠고 너희들도 건강한 한 해를 보내거라

나영 : 저희 식솔들 까지 챙겨주시는 귀한 말씀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태종 : 그래 차 한잔 주려무나

나영 : 여부가 있겠습니다.

녹차를 마시며 태종이 말한다.

태종 : 오늘은 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니 네가 나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 보거라

나영 : 저는 전하를 대부분 알고 있사온데 궁금한 것이 있겠사옵니까? 호호

태종 : 하하하 나를 전부 안다고 했겠다

나영 : 제가 아는 전하의 모습은 사관들의 글로 남겨진 것뿐이므로 사실 그 속은 알 수 없나이다.

태종 : 하하 그러하냐?

그럼 이번에는 나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거라

나영 :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온 미래국에서와 조선이 다른 점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사옵니다.

태종 : 그래 그거 좋겠다

나영 : 미래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지위는 같습니다.

태종 : 무어라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다는 말이냐?

나영 : 네 그렇습니다.

태종 : 으음 그래 계속 말해 보거라

나영 :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여자 왕, 여자 장군, 여자 포졸도 있사옵니다.

태종 : (눈을 크게 뜨며) 무엇이라? 여자 왕이라니... 여자가 장군도 되고 여자 포졸도 된다 말이냐?

나영 : 그렇사옵니다, 전하

태종 : 그대와 말을 나누다 보면 과인이 마치 홍두깨로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하구나.

나영 : 전하, 바라옵건대 조선 또한 여인을 어여삐 여기실 뿐 아니라, 그 재능을 귀히 써주시옵소서.

그러하신다면 조선은 남녀가 차별 없이 함께 나라를 빛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태종 : (미소를 지으며) 그대의 말이 참으로 깊도다

과인이 그대의 말에서 새 시대의 숨결을 듣는 듯하구나

과인이 대신들과 논의하여 작은 실천이라도 국정에 반영토록 노력해 보마~

나영 :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리고 전하 제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여쭈어도 될는지요?

전하에 대한 내용이라 혹여 무례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심히 저어 되옵니다.

태종 : 그래? 무엇이든지 물어보거라

나영 : 네 혹시 재작년 2월 8일 양주 사냥터에서 노루를 쫒다가 말에서 낙마하신 기억이 있으신지요?

태종 : 기억난다. 그것까지 네가 알고 있더란 말이냐?

나영 : 그러시면 노루를 쫒다가 말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전하께옵서 낙마하신 것도 기억나시는지요?

태종 : 기억난다, 그때 몸이 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영 : 그러시면 전하께서 "내가 말에서 떨어진 것을 사관에게 말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신 것도 기억하시는지요?

태종 : (크게 웃으며) 하하하 네가 그것까지 알고 있었느냐? 네가 그걸 어찌 알았을꼬?

나영 : 제가 전하를 많이 알고 있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호호

(나영은 정말 임금이 사초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태종 : 임금 체면이 말이 아니로구나 하하하

나영 : 전하, 사냥 중 낙마하셨다 하나 몸이 상하지 않으셨으니, 오히려 용맹과 강건함을 드러내신 일이옵니다. 그리 당당한 모습을 어찌 사관에게 숨기라 명하셨사옵니까?

태종 :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네 말이 옳다.

사내의 기개로 보자면, 낙마 또한 용맹의 자취일 수 있겠지.

허나 나는 한낱 사내가 아니라 조선의 임금이다.

임금이란 자는 용맹보다 완벽해야 하며,

백성에게는 결코 허물을 보여서는 아니 되는 존재다.

나영 : 아… 전하의 깊은 뜻을 이제야 깨닫겠사옵니다.

전하는 남자 이전에, 절대의 위엄을 지닌 군주이셨나이다.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음을 용서하옵소서.

태종 : (부드럽게 웃으며)

허허, 탓할 일은 아니다.

왕이 되어보니 알겠더구나

왕의 자리는 언제나 외롭고, 그 위엄은 스스로 세워야 하는 법이지.

그리하지 않으면 왕권은 모래 위의 누각처럼 흔들리고 마는 것이다

오늘 너에게 한낱 속내를 내비친 것도…

내 피의 후손이라 생각하니, 잠시나마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나영 : 잘 알겠사옵니다. 솔직히 말씀해 주시니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태종 : 그래 새해에는 식솔들과 무탈하고 평안하게 지내거라

나영 : 네 전하 다시 뵙겠습니다.



남양주 사냥터에서 낙마


태종실록 7권, 태종 4년 2월 8일 기묘 4번째 기사 1404년 명 영락(永樂) 2년 임금이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사관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다


나영은 태종의 진솔함에 애틋한 마음만 더해 다시 왕을 뵐 날을 기다려본다.


-Episode 8 "사간원에서 명목 없는 행차를 하지 말 것을 청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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