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가 되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불가사리처럼 작은 하얀 손을 꿈틀거리며 모빌을 바라보는 아들을 보고 있는 나는, 기쁨과 슬픔이 뒤엉킨 자리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우야...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떨리는 목소리가 낮의 햇살이 스며든 방 안에서 금세 부서질 듯 흔들렸다.
지우가 그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나만 믿고 있는 그 눈빛이
밝은 햇빛 아래서 더 아프게 빛났다.
갑자기 정신이 들자마자 보온병을 움켜쥐고 흔들어 보았다.
입술이 떨리며 말이 새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온몸으로 품었지만, 인생은 내가 그린 그림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은 무너진 다리 위의 착각 같았다. 철이 덜 든 아빠는 연락조차 제대로 닿지 않았고, 밀려오는 경제적 압박은 머리를 짓누르며 불안의 파도 속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결혼 전의 나는 씩씩하고 명랑한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엄마가 되었고, 웃음은 사라진 채 우울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수돗물이 끊긴 작은 아파트에서, 관리비를 내야만 다시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의료용 손목 보호대를 낀 채 젖병을 들던 순간, 손등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타인에게 걸었던 기대가 모두 사라질 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들, 엄마가 지켜줄게. 가자.”
집 안에 있던 보온병과 분유통을 챙겼다. 얇은 천 가방에는 기저귀 몇 장과 아기 담요 하나를 넣고, 아들을 품에 안았다. 모빌은 천천히 돌며, 무심한 세상의 축소판처럼 공허하게 빛을 반사했다.
문을 나서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이 아이만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가 지키겠다고.
차가운 복도 공기가 피부에 스며들었고, 밖은 아직 해가 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깊은 밤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길을 나서자, 눈부신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었다. 거의 집 안에만 머물던 나는, 방금 출소한 죄수처럼 눈을 찡그리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주머니에는 현금 몇 장과 체크카드 한 장,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친정집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과 손목은 욱신거렸고, 마음은 더 무거웠다.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지 않을까?’
손이 떨려 벨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한참을 망설였다.
문이 열리고, 내 사랑하는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아들을 얼른 품에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집안 공기는 밖의 차가운 공기와 다를 바 없었다.
“엄마, 보일러 안 틀었어? 집은 어떻게 된 거야?”
엄마는 아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고,
아직 중풍으로 성하지 않은 한쪽 팔을 겨우 움직여
힘겹게 새 기저귀를 갈았다.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안쓰러웠다.
“지우 밥은 먹였니?”
“엄마... 나 어떻게... 나 너무 무서워.”
사시나무처럼 떨며 몸을 웅크린 나를,
엄마는 완전히 펴지지 않은 한쪽 팔로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그 안에서 엄마의 모든 힘겨움과 나를 향한 강한 모성애가 동시에 전해졌다.
나는 그 온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전해졌다.
엄마를 살짝 밀어내며, 고개를 돌려 태연하게 옷깃으로 눈물을 훔쳤다.
“집은? 경매가 시작된 거야? 엄마와 아빠는 어디로 가게?”
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탁자 위에서 조용히 분유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