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검증과 증명 1

축구하자 2-1 이감독, 진짜 국가대표 되다

by 이종인
뛰어난 킥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천, 수만 번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 데이비드 베컴 -


선발전 결과 12명의 예비 국가대표가 선정되었다. 이중 월드컵 본선에 함께 갈 선수는 단 8명. 앞으로 3개월 동안 선수들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코치진은 어떤 선수를 한국에 남기고 어떤 선수와 함께 노르웨이에 갈지 선택해야 한다.


처음 선수들에게 찾아온 시험은 매주 3회,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하는 훈련에 지각하거나 불참하지 않는 것이었다. 훈련장과 거주지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건,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건 예외는 없었다. 선수들은 훈련에 늦으면 늦는 만큼, 불참하면 불참한 횟수만큼 감점을 받았다.


두 번째 평가 항목은 팀워크.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의 욕심이나 욕망이 앞서 동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거나, 팀워크를 해치고, 다른 선수들의 부상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두 번째 감점 대상이었다.


평가 항목 세 번째는 1차 선발전에서와 같은 열정과 의지였다. 선수들은 계속해서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다름 아닌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서. 월드컵 이후 어떤 직업 훈련을 받고 싶은지, 또 어떻게 삶을 본인이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을지에 대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될 예정이었다.


한편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코치가 팀에 합류했다. 월드컵 본선에 동행하지는 않지만, 훈련과정에서 국가대표팀의 트레이너로 활약할 분이셨다. 그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한 준비운동(warm-up)과 정리운동(cool-down) 덕분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훈련 효과는 대폭 향상되었다.


훈련의 목적이 홈리스 월드컵 정신에 부합하는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라면, 최우선 목표는 홈리스 월드컵 경기 방식인 4:4 스트리트 사커의 규칙과 전술을 숙지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는 말할 것도 없고, 풋살과도 다른 점이 많은 스트리트 사커를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처음 접하는 경기 방식과 규칙은 매번 새롭게만 느껴졌고, 이론적으로 간단해 보였던 스트리트 사커 전술을 실제로 경기장에서 구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의 경기 방식이었던 4:4 스트리트 사커의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스트리트 사커 규칙에 대한 더 많은 자료는 웹사이트 streetsoccerusa.org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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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 당시의 스트리트 사커 경기장

<홈리스 월드컵 스트리트 사커의 핵심 규칙>
- 4:4 경기
- 엔트리 내에서의 교체는 무제한(재교체도 가능)
- 공격 시에는 필드 플레이어 3명이 참여한다. 공격자 모두 하프라인을 넘을 수 있다.
- 수비 시에는 필드 플레이어 2명이 참여하고, 나머지 1명은 반드시 상대 진영에 머물러야 한다. 수비에 참여하지 않는 1명은 상대방의 공격 작업을 방해할 수 없다.
- 골키퍼는 골 에어리어(사진의 주황색 부분)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필드 플레이어가 골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 파울이 선언된다. 수비자가 넘는 경우 페널티, 공격자가 골 에어리어를 침범하는 경우 공격권 박탈.


부족한 전술 이해도는 팀워크 저하로 이어진다. 하지만 선수들이 규칙과 전술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다면 실력이 부족해도 팀워크로 극복해낼 수 있게 된다. 훈련을 거듭하자 몇몇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선수들은 초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골키퍼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는 최종 8인 엔트리 중 2명이 선발될 예정이었는데, 지원자가 2명뿐이어서 다른 걱정 없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팀의 최연장자이자 아버지와 나이가 같은 문 선생님, 그리고 팀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난 정 선생님이 우리 팀의 골키퍼였다.


그러나 골키퍼 기본기술, 테니스공 훈련, 손으로 시작하는 공격 전개 등 문제없이 진행되던 골키퍼 훈련은 사이드 스텝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문 선생님께서 계속 중심을 잃고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응원과 격려에도 결과는 같았다.


휴식 시간이 되자 문 선생님은 코치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 자신의 발을 보여주셨다.


"사고로 한쪽 발가락 세 개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옆걸음을 하거나 뛰는 게 쉽지 않네요. 하지만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아까 했던 거 다시 합시다."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더는 내 인생에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잊고 있었다. 이들 모두 각자의 사연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과거를 딛고 서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휴식 후 재개된 훈련에서 문 선생님은 넘어지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완벽한 스텝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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