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떤 결말

축구하자 3-3 이감독, 작전판을 내려놓다

by 이종인
축구를 하는 건 쉽다. 그러나 축구를 쉽게 하는 것은 가장 어렵다.
- 요한 크루이프 -


현 감독인 나의 추천에 운영진 회의를 보탠 끝에 새로운 감독 후보가 정해졌다. 20대 초반의 휴학생, 성실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장점인 친구였다. 나는 후보자에게 직접 차기 감독에 대한 의지와 의사를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감사히 여겼다. 아울러 팀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던 그의 친구를 코치로 추천하기도 했다. 그의 의견은 그대로 관철되었고, 두 친구는 팀의 새로운 감독과 코치가 되었다.


인수인계는 빠르고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단장과 총무가 연임한 상태에서 감독과 코치만 바뀐 것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팀 카페에 남긴 장문의 마지막 인사로 5년을 정리했다. 그즈음 완도 이주도 마무리되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자주 팀 카페에 올라오는 소식들을 살폈다. 새 감독과 코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팀은 아주 잘 운영되고 있었다. 종종 전화를 걸어 감독과 팀원들의 안부를 살피기도 했다. 그러나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고 완도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팀 카페에 접속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서울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졌다.


그러던 나를 다시 팀 카페에 접속하게 만든 것은 새로운 감독이 경기 중 크게 다쳤다는 안타까운 소식 때문이었다. 재활을 떠나 치료만도 정확히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새로운 감독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부상이 축구뿐 아니라 그의 삶까지 괴롭히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화 후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그 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부재한 감독의 역할은 단장과 총무가 나누어 맡았지만,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가끔은 11명이 모이지 않아서 축구를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회원들이 팀을 떠났고, 선수 영입은 원활하지 않았다. 침몰하는 배에서 단장과 총무는 외로워 보였다.


2018년 12월 18일부로 사회인 축구팀 FC KARIS는 해체되었다. 조금은 허무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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