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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인권, 그 경계에서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고

by 윤호근

차별과 인권, 그 경계에서

차별과 인권이라는 말 앞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모든 차별은 사람으로 인해 생기고, 인권 역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이 차별이라면, 그것은 곧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경험은 대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대학 시절, 나는 학생 대표였다. 어느 날 수업 시간을 다음으로 연기해 달라고 교수님께 요청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학생 모임에 함께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며 수업 연기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그 교수는 갑자기 책을 내게 던지고 책상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뭔데, 니까짓 것이 뭔데 수업을 방해하느냐!"


나는 당황했다. 정중하게 말씀드렸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시는 걸까? 다른 과 대표들이 같은 요청을 했을 때는 잘 들어주셨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유독 내게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부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장애 학생이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그 후로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그 교수님은 내게 'C'점 이상 주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 같은 답을 써도 내 점수만 낮았다.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그런 경험을 통해 차별이라는 것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차별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졸업 후 취업을 위해서도 차별이라는 벽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차별과 인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차별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침해된 인권이 있고,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는 반드시 차별이 존재한다.


특히 교수라는 사람이, 교육자라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인데, 오히려 한 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차별받는 사람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권에 대해서도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차별과 인권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차별하는 사람도 사람이고, 차별받는 사람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 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지켜나가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차별이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자존감과 꿈을 앗아가는 폭력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말하고 싶다. 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한 사람의 인권이 무시당할 때, 그 사회 전체가 병들어간다고.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라고.


그 교수님이 내게 던진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편견과 차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딛고 일어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배경 사진은 안중근 의사의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하여 희생했던 장소, 하얼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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