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자들이 졸업한 지 10년이 되었다.
한 명의 제자는 아버지와 형이 계시고, 다른 한 명은 부모님이 계신다. 둘 다 성격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한 제자는 오갈 데가 없어서 기숙사가 있는 회사에 소개했고, 다른 제자도 집이 멀어서 출퇴근이 안 되니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둘은 같은 방 쓰는 것을 꺼려해서 따로 기숙 생활하게 되었다. 회사 대표 이사님과 대화하면서 장애 인식이 많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현장 공장장에게도 장애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사님께 들으니 둘이 잘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제자들에게 물어보면 괜찮다고 했다. 내가 가끔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을 보면, 두 제자는 각자 일을 하고 있었고 성실히 잘하고 있었다. 다만 기숙사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본인 방 청소는 한다고 하지만 위생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세월이 흘러 한 제자는 3년 하고 그만두고 부모님 계시는 집으로 갔다. 한 제자는 그대로 일을 했다. 10년이 되던 최근, 그 제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해외 발송 문자였다.
"○○야, 빨리 돈을 갚아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경찰서에 가서 콩밥을 먹을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전화했다.
"선생님, 제 핸드폰이 털렸어요."
"왜 그래?"
"기숙사에 있으면서 해외 사이트에 들어가서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고 결제했더니 이런 문자가 계속 나와요. 제 핸드폰에 저장된 지인들에게도 이런 문자가 간 것 같아요. 그리고 돈도 많이 날렸어요."
"형한테 연락했어?"
"연락했지만 해외 사이트라서 손도 못 쓰고 있대요."
"그럼 너 핸드폰 빨리 바꿔라. 보이스피싱이 네 핸드폰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으니 빨리 바꾸는 게 좋겠어."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월급을 못 모았어요."
"왜 못 모았어?"
"형하고 아버지 도와주고 그래서 제게는 없어요."
그 순간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일을 못 하시고 빈둥거리며 사시고, 형은 살아가는 데 힘들다고 했던 것이다.
제자의 월급을 지켰어야 했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제자의 월급을 지켰어야 했는데, 제자 혼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런 일을 알게 되니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이 없으면 국가가 그것을 책임지고 지켜줘야 한다. 가족이 구성되어 있어도, 내 자녀가 앞으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며 준비해야 한다.
내 다른 제자의 부모님이 말했듯이 "나는 내 아들보다 늦게 죽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내 아이를 장사 보내고 내가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는 부모님도 계신다.
그런데 이 제자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아버지가 되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아들의 월급에 의지해 살고, 제자가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물론 제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영상을 다운로드하여 시작된 보이스피싱은 제자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경우 더욱 취약하다.
이 일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장애인 당사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지켜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숙사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정 관리 교육,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가족 관계 조정, 그리고 필요시 성년후견인 제도 활용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이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방해하는 경우,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효도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의 돈을 착취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10년 동안 성실히 일했지만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한 제자. 보이스피싱까지 당해 빚까지 진 제자. 나는 교사로서 무엇을 놓쳤는가?
취업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취업 후 지속적인 관리, 재정 관리 교육, 가족 상담 등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간과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자에게 재정 관리를 도와주고,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돕고, 필요하다면 성년후견인을 연결해주려 한다.
장애인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사회, 가족이라는 이름의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장애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을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