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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앱에서 마주한 현실과 희망

경험이 친구들을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by 윤호근

미팅앱에서 마주한 현실과 희망


어떤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 친구는 하지장애인이고, 다른 친구는 상지장애인이다. 이 둘은 처음으로 미팅앱을 통해 여성들을 소개받아 만나러 갔다.


만난 여성들은 서로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 명은 키가 크고 예뻤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작고 특별히 예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개의치 않았다. 처음으로 여성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고, 기분도 좋았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만남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함께 저녁도 먹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친구들은 다음에도 만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연락처를 교환하려 했다.


그런데 그 여성들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한 사람은 하지장애, 한 사람은 상지장애... 우리가 너희들 놀아주려고 온 건 아니야. 너희들 만나서 술 먹고 클럽 가려고 했는데, 다음은 없어."


이것이 차별일까? 인권 침해일까?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너무도 원망스러운 시대인가?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 했을까? 물론 미팅앱을 보고 왔으니 실망했을 수도 있다. 지인의 소개였다면 미리 어떤 사람인지 알려줬을 테니까. 하지만 미팅앱으로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을 속이고 오는 면이 있다.


사실 내 친구들도 자신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갔었다. 그 여성들도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나왔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모두 대기업에 다니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여러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외모도 있고, 직업도 있고, 경제력도 있고, 가정 배경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만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인격과 좋은 생각이 아닐까? 그것이 진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희망적인 결말이 있다. 그 친구들은 지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잘 살고 있다. 그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분명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외모나 신체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진정으로 사람의 내면을 보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날의 상처받은 경험은 분명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친구들을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진짜 자신들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것 같다.


이 일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팅 문화의 한계,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진정한 만남의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쓰라린 경험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좋은 인연을 찾아 나선 친구들의 용기다. 그리고 그런 용기가 결국 보상받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여전히 외모나 신체 조건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겉모습을 넘어서 진정한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우리가 절망하지 않고 계속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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