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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발견한 평등의 의미(1편)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by 윤호근

목욕탕에서 발견한 평등의 의미(1편)


평등이라는 것은 평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로소 그 의미를 말할 수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평등은 어디서 오는 걸까? 평등은 어디에 있을까?


그 평등을 목욕탕에서 발견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온탕, 냉탕, 사우나가 있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탈의실을 통해 샤워를 하고 간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평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목욕탕은 빈부격차가 필요 없는 곳이다. 온탕에 함께 있으면 모두가 평등하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뚱뚱한 사람이나 마른 사람이나, 안경을 쓴 사람이나 쓰지 않은 사람이나, 피부가 하얀 사람이나 검은 사람이나, 목욕탕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러한 평등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목욕탕을 벗어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평등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직장에서는 같은 동기로 입사했지만 한 사람은 대리가 되고, 한 사람은 과장이 된다. 평등을 말하자면 둘 다 과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논리가 맞을지는 모르겠다.


가수나 배우, 코미디언 등도 각자의 출연료가 다르다. 이것은 평등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능력의 차이로 봐야 할까?


우리의 생활 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중에는 평등하게 해야 할 일이 있고, 능력 위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누구는 월급이 많고 누구는 월급이 적다고 해서 평등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는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우수한 정책을 우리가 일상에서 찾아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공정하고 공평하고 평등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평등과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모든 것에서 똑같은 평등으로만 살아가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유연하게 생각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삶이 될 것이다.


목욕탕에서의 평등은 기본적 인간 존엄성의 평등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평등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의 평등은 다른 차원이다. 그것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을 의미한다. 결과의 동일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의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의 결과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불평등이 아니라 차이다.


마찬가지로 취업의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장애나 출신이나 성별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승진은 능력과 업무 성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기본권은 절대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역할과 보상은 기여와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능력에 따른 차이가 생길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완전한 평등이 아니어도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목욕탕에서의 평등은 우리에게 이상을 보여준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것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이상을 추구하되,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평등이란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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