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나러 갑니다_가곡을
오늘('25.10.28) 강릉아트센터에서 '2025 가곡의 밤'에 가 보니 가)히 입에서 곡)소리가 날 뻔했다. 아트센터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라, 2층 객석도 가곡을 사랑하는 강릉 사람들로 가득가득 찼다. 더구나, 2층 더느몐부인 무대 공연장마저 강릉시립교향악단으로 만석이다.
내 귀도 가곡으로 꽉꽉 채워진다. 마음은 아련함과 그리움으로 무엇보다 감동으로 채워지고 자꾸만 부풀어 오른다.
콘서트 가이드인 아나운서 김효정의 맛깔스러운 멘트와 물 흐르는 듯한 진행으로 가곡의 밤이 한층 분위기를 더해간다.
이어서 상임지휘자 정민을 위시로 하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의 오픈 스테이지가 Rossini 작곡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싱그런 가곡의 밤무대를 풍성하고 충성스럽게 채워준다.
*(서곡) 오페라 시작 전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현악 도입부로, 아리아·코러스의 주요 멜로디를 차용해 미리 들려주며, 전체 줄거리와 분위기를 암시한다.
4명의 성악가로는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이단비, 테너 국윤종,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을 모셨다.
한국인의 정서가 가득 담긴 남촌을 시작으로 가곡이 진도를 천천히 나가기 시작한다.
두 명의 남성 성악가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CF를 찍듯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저 멀리 남촌에서부터 이곳 강릉까지 감동을 실은 마차를 밀거니 끌거니 하면서 힘을 모아 아트센터 객석으로 슬며시 다가온다.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가고파로 떠나 온 고향으로 자꾸만 달려가고프게 한다. 지금 간다, 동무들 만나러. 기다려라, 불알친구들아! 만나 보자꾸나.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명태는 단연 압권이다. 이게 무슨 노래냐?라고 호통과 구박을 받던 콩쥐 노래에서 해학을 품은 명가곡으로 둔갑하게 되는 극적인 노래다. 이 변신의 근저에는 원님 즉, 관객의 수준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문화는 향유하는 자에게 달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꾸만 음악회에 가게 된다. 문화 수준을 한치 더 높이는 한 사람의 교양인이 되기 위해.
다음은 명태 가곡의 전곡 가사이다. 이 노랫말에서 한국인의 익살과 해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 본인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새삼, 부끄럽군요!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의 일생을 해학적으로 그린 이유로 혹평을 받다가 같은 이유로 무릎을 치며 탄복을 하게 만드는 명태는 탈바꿈의 명수다. 명태의 또 다른 명칭은 잡히는 계절/ 잡는 도구/ 잡는 시기/ 얼리고 건조하는 과정에 따라 다 다르다. 춘태, 추태, 망태, 조태, 노가리,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황태 실로 무궁하기까지 하다. 그중 단연 탑은 황태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황태로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이름도 황당해서 황태인가 보다.
이런 명태 명칭의 황당함 속에서도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많이 올라왔던 생선임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가곡 음악회에는 결코 빠지지 않는 명태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노래가락과 랩, 더불어 함께 곁들여지는 해학스러운 표정이 닭강정처럼 한데 버무러져 모두를 맛깔나게 포복절도하게 한다. 작년에도 같은 곡으로 객석에 여운을 진하게 남겨주었는데도 올해도 역시나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노래는 똑같은 노래를 똑같이 들려주는데도 듣는 이에게 매번 색다른 감동을 주고 칭찬까지 받는데, 그림이나 만화는 똑같은 걸 똑같이 그리면 보는 이에게 칭찬은 커녕 욕먹기 십상일 뿐 아니라 뭇매마저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면, 제가 구태여 말릴 생각까지는 없다. 실험은 어디까지나 자유이니까.
동심초와 연으로 끝내 못다 한 사랑 노래를 메조 소프라노 이단비의 내공으로 안타깝게 이어가고,
소프라노 이명주의 옥구슬이 강 건너 봄이 오듯과 그리운 금강산으로 옥구슬이 굴러 올라가는 듯(절정으로 치닫고서) 점프하며 뛰어오른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우련하다) 형태나 빛깔이 약간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다. 여기서 처음으로 듣는 어휘다.
마지막 무대로는 10월에는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팡파르처럼 울린다. 앵콜 곡의 히나로 무대에 올려질 때에는 모두가 합창으로 하나 되어, 짙어가기만 하는 가는 가을을 음미하며 화음으로 화답한다.
곧, 2부로 이어집니다. sooner or later!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시 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