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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향기

by 하르딘

그 나라의 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 그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 도시들이 있다. 특히 내가 여행 가본 나라 중에 인도는 꽤나 강렬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코를 훅 자극하는 '인도 냄새'가 나는 너무 좋았다. 향기로운 것도 아니고 불쾌한 냄새도 아닌,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오직 인도에서만 맡을 수 있었던 냄새. 누군가는 인도 어디서든 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향이 불쾌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인도를 추억할 땐 늘 공항에서 첫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그 인도 냄새가 그리웠다.


마드리드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특유의 냄새는 없었고, 공항 문 바깥에서 나는 담배 냄새뿐 이었다. 마드리드를 3일간 돌아다니면서 찾은 이 도시의 향기는 '향수 냄새'였다. 그것도 꽤 비슷비슷한 향수 냄새, 다들 한두 가지 정도의 비슷비슷한 향수만 쓰는 것 같았다. 향수를 '뿌리는'게 아니라 향수를 '들이부은'것처럼, 향수 냄새가 너무 심해 코가 매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그때의 머리 띵할 정도의 향수 냄새도 또 벌써 그리워진다.


세비야에서 약 7시간의 버스를 타고 막 리스본 버스정류장에 내렸을 때 첫 냄새는 오줌 지린내였다. 무엇 때문인지 곳곳에 지린내가 났고, 바닥이 굉장히 더러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여행 내내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반려동물들 배설물이 씻겨내려가지 않았나 보다. 그곳은 마치 옛날 서울역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 버스 정류장 뿐 아니라, 리스본 도시 곳곳에서도 가끔씩 그 비슷한 냄새가 났다. 도시 자체는 너무 예뻤지만 거리의 냄새가 예쁘지 않았다. 그 시각과 후각의 부조화가 가끔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람도 그 사람만의 향기로 구별하곤 했던 것 같다. 원체 다른 사람에 관심 없기도 하고, 다른 사람 얼굴을 유심히 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사람 얼굴은 한번 봐선 잘 알아보지 못한다. 한두 번 보고 말 나눈 사람 얼굴도 잘 기억을 못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옆에 있을 때의 냄새는 잘 기억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후각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 같다.


한 도시를 떠날 때마다 있는 힘껏 코로 숨을 들이 마셨다. 이 냄새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 만약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반가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게 마음속에 각인된 그곳만의 향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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