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맞이한 스위스의 초겨울

멋 부린 얇은 가을 옷으로는 겨울을 버틸 수 없다


안녕하세요 초짜 주부남입니다

날씨 좋은 가을에 급 오후 반차로 기분을 냈는데

저녁에 갑자기 추워져서 으쓱한 경험 있으시죠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멀리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 초짜 주부남 -



#돈 도대체 넌 뭐니

#나는 이미 실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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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도대체 넌 뭐니


스위스에 오기 전,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추려진다


“와, 진짜 부럽다.”

“스위스 물가 장난 아니라던데?”

“나 같으면 바로 퇴사 때린다.”


막상 와보니 돈 이야기를 정말 안하고싶은데

할 수 밖에 없다 해도해도 너무하다

(현실감 있게 한번만 하겠습니다)


< 대중 교통 >

편도 3,200원, 하루 무제한 1.5만 원, 월 15만원

환승 개념 없음.

< 외식 >

김치찌개 7만원, 삼겹살 1인분 7만원, 쌀국수 5만원

< 장보기 >

한 달 Max 60만 원(아껴서 2인가구)

< 차량 유지비 >

50만 원(보험+유류비, 할부 없음)

- 외국인이라 보험이 비쌈 -

< 월세 >

600만 원 이하 찾기 어려움

< 관리비 >

50만원


이 가격이면

김치찌개 할아버지가 맛봐도

아 이건 좀 하시겠다

맛이 오묘하게 비슷한데 다르다

그리고 이 가격에 이걸 사먹어?

대부분 외식이 그렇다

이 정도 가격이면 더 끝내줘야할거야 하는데 못 미친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위스 음식이 맛 없다 하나 싶다

이 맛은 많이 쳐줘야 2만원이라서?

그래서 외식을 안한다


아무튼

숨만 쉬고 살아도 Min 800만원이다.

어떡하지.


원채 난 돈 쓰는걸 특히나 무서워했다

무지성 짠돌이는 아니고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은

"베풀고 살아라" 였다.

그래서 그런지

1 을 받으면 그 고마움에 1.5를 돌려주려 노력한다

받기보다는 주는게 익숙한 사람이랄까

그러다보니 다른 이에게 베풀거나

아내가 뭘 사려고할땐 무조건 찬성한다

유독 나한테만 쓰기 아까운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보다 돈이 더 무서워졌고

돈으로 뚜둘겨 맞으니 너무 아프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맞벌이

여기에서는 아내 홀로 외벌이다

현실적으로나 심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도저히 안되겠다


애초부터 목표였던 현지 취업을

여기서 어떻게든 더 빨리 하려 노력중이다.


큰 문제가 있다.

아 이놈에 언어. 언어. 언어.


내가 있는 이곳은 프랑스권이다

스위스는 26개의 칸톤(우리나라의 ”도” 개념)

그 칸톤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사투리가 아니라 말 자체가 다르다


크게 3가지

서쪽(제네바 로잔 몽트뢰 등) : 프랑스어

중심, 북쪽. 동쪽(루체른 베른 바젤 취리히 등) : 독일어

남쪽 일부 : 이탈리아어

(영어는 우리나라처럼 외국어로 배운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영어의 노출 정도가 많아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구사하는 편이지만

모국어정도로 하는 사람은 잘 없다

마트에 가서 내 짧은 영어로 물어보면

바로 불란서 말로 날아온다


아무튼 취업을 위해서 노력중인데

일반 정규직 직장은 꿈에도 못 꾸는 정도다

여기는 채용을 인맥 80%, 신규 20%

그중에서도 로잔공대를 나와야 지원 가능.

현지 20년 이상 거주한 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자국민도 퇴직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 같이 모국어가 프랑스어와 영어도 아니고

박사도 아니고 석사 나부랭이에 입국한지 두 달된

외국인을 아무리 날고 긴다 뛰어난들 채용할까?

나 같아도 안하겠다

면접이라도 보게해준다면 고마울 따름.


모르면 사람이 참 해맑다.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 해외 취업의 꿈을 갖고 온건 너무나 머리 꽃밭 같이 큰 오판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링크드인이나 Indeed 등 나의 관련 분야 회사는

당연히 지원 하는 중이고

그 외에 언어가 필요 없는 눈치 밥으로 할 수 있는

식당 주방일부터라도 하려고 물색 중이다

나름 채xx, 포xx, 편의점,주차장,카페, 호프집 일용직 등의 알바 경력으로 눈치밥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시급이 높아서 일을 하면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어보인다.

주부도 너무 바쁘지만 하루에 반나절이라도

사회적 활동을 해야 사람이 생기가 돌고

집안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 운 좋게 면접이 잡힐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주변에서 전문직을 공부하면 좋겠다

라는 의견도 많이 들었다

정말 운이 좋게 ’사‘ 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무경력의 40대 초중반 ‘사’를 신입사원으로 받아줄까? 그땐 내가 사무실을 차려야하나...?

누구는 까불지 말고

되고나 걱정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다들 ‘사’가 되있겠지..)


사실 나의 고민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의 직업 특성상

다음에 또 해외를 나가야만 할 수도 있다

그때는 아프리카 남미 등등

치안이 좋지 않은 험지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기러기부부를 선택할 사람은

몇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아내 주변 동료분들의 경우

남편이 주부로 전직한 사례가 꽤나 있다

그런 험지에서는 식당일 조차 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여기서 높은 시급으로 어떻게든 일을 하고

잘 모아놓는다면 미래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눈 앞에는 2년,

조금 길게는 5년 내에 보이는

가시거리에 있는 미래이다


돈 그놈에 돈

돈 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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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실직자였다


이 곳에서 취업을 위해 현지 취업 박람회에서

대표적으로 소개하는 이력서를 참고해

현지용 이력서를 꾸미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때

현실에 뚜둘겨 맞았다


아 나는 직장이 있었지 직업이 없구나

난 이미 예정되어 있는 실직자였구나


나는 시뮬레이션의 업무가 주요 업무이다

시뮬레이션 업무는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요리로 설명할 수 있다


손님=고객사

요리=제품

식자재=어떤 소재를 써서 만들것인지?

식자재 마트=협력사

요리 도구=설계/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대량 인분=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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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실제 만들어보기전에 어떤 맛이 날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현이 가능할지?

이윤이 남을 지 등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가상으로 만들어본다

(만들었는데 실패할 수 있으니)

만약 타당하다면 실제로 만들어서 맛 본다

(프로토 타입, 제안단계)

손님들이 입맛이 맛는다? 수지타산이 맞는다?


초짜 주부님 생존입니다

오케이

수주 성공

양산이다


양산을 하려면 정말 문제가 많다

1인분 볶음밥을 아주 맛있게 해서 손님의 입맛에

아주 잘 맞춰서 수주를 했다

과연 그 레시피가 10,000 인분의 볶음밥을 만들때

똑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을까?

라면 1개를 잘 끓여도 2개 3개 한번에 끓여보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것이다.

아무튼 그걸 해결한다


(뉴스에서 몇조 수주, 이 뉴스가 대부분 양산 내용이다

수주를 하더라도 동일한 맛을 내는 레시피를

구현 못하면 그때부터는 돈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서 양산수율이 어쩌느니 뭐니

그게 바로 이윤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 되어있다)

난 이런 일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만들기전에 예측하고

만들고나서 실물과 비교해서 오차범위가

적을 수록, 가장 똑같이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여러 사례들이 모이면

나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그것들이 남들과 다른 경쟁력이 된다

회사는

나 같은 사람을 모아서 팀을 꾸리고

실제로 만들기 전 실패비용를 줄여서

가장 성공적인 것만 만든다

그리곤 개발 성공 사례들을 모으고

양산이력과 기술력을 차별화 한다며 소개하고

고객의 새로운 아이템을 수주한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나의 업무 범위이다


그런데 웬걸?

현지 취업박람회에서는

나름 내 노하우라고 있었던 것들을

이젠 프로그램회사들이 자동으로 개발하고

비 전공자들도 관심만 있다면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히 도와준다

심지어 실물과 가장 똑같이 사례분석까지 해주고

답을 찾아주고 있네?


그리고 양산에서의 데이터 관리를 보자

딥러닝이니 인공신경망 머신러닝 등

뭐시깽이 같은 어려운 말이 섞인 알고리즘으로

똑똑한 AI형님들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전세계 사람들 나라별로 입맛에 맞고

한번에 식사할 수 있을만큼에 양의 레시피를

1분내에 소개할 수 있다고 한다

나참 무섭다 무서워


앞서 소개한 내용들은 바로 상용화 되기는 어렵다

길어야 2년? 3년?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들여다보자


나의 경험이나 경력은 새로 입사하는 분들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낫겠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 그 자체는

나는 고인물일 것이고

점점 프로그램들은 다루기 쉬워지고

단순해지며 심지어 답을 찾아주기까지하니

그런 면에 있어서는 새로 입사하는 분들이

나보다 월등히 습득력이 좋을 것이고

나는 금방이고 교체되어도 무방할것이 틀림없다


역시 매도 직접 맞아봐야 얼마나 아픈지 안다

아 엄청나게 아프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그때 문득 자동차가 떠올랐다

자동차를 살때마다 훈수 두는 사람이 많다

그돈씨. 그 돈이면 딴걸 사지

그러다 티코에서 페라리로 가지요


요즘 차는

빠르면 2년에 페이스 리프트

5년이면 더, 올뉴, 디 올 뉴 뭐시기를 달고

새로운게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 아무리 새것을 사더라도 물질 덩어리라 시간이 지나면 가치는 떨어진다

좋은 차를 사도 그 차는 시장가치는 떨어진다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가 운전자가 되야겠다


운전자는 새로운 차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고

만약 차가 여러대가 있으면

용도에 따라서 선택을 할수 있는 결정권자이다


설령 누가 그 돈이면 딴걸 사겠다하더라도

그거 이미 있는데 승차감이 별로던데?

라고 말했을때 납득을 시킬 수 있고 신빙성이 있다


운전자가 되기 위해 살아야겠다

그래 그게 바로 직업이구나


갑자기 회사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닐때에는 스트레스 받아서

정말 가기싫어도 가야만 했던 곳


회사는 차고의 갯수가 정해져있는데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회사가 바보가 아닌이상 이득이 있으니 두겠지.


그 올드 모델들이 있어야

다음 모델에서 그보다 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인가?

어쨋든 안락한 차고지를 내어주고

추운 바람을 막아주긴 한다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해오거나

차 빼라고 압박주는건 별개의 일이고.


이런 작은 고마운 마음 때문에 회사에 존명하고

회사에 빠져서 사는 사람들이 있었나보다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만

그래도 그 존명하는 사람들은 응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당연히 퇴직을 하겠지?

혹은 그전에 사직서를 내야만하겠지


자신의 생각보다 빠른 퇴직을 해야만하는

선배들의 뒷 모습 그림자에 내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준비하지 않은 막막한 퇴사걸음에

직장이 없다 직업도 없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지금이 가장 늦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당장의 밥벌이를 하면서 직업을 찾아야만 한다


앞서 간략히 말한

험지로 나가야만 할 수도 있는

이런 내 상황에서

어디에서도 일 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

큰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래도 찾아야만 한다


연구실 선배님 중 한 박사님은

유명한 해외 모기업의 한국 지사의 대표이셨다

친분은 없지만

직장인의 어쩌면 정점일지 모르는

유명한 기업의 대표이사라니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직장인의 정점인 그 분은 뭐하고 계실까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해봤다

아?

퇴직 후 유튜브 하신다


너무 무섭고

나 같은 사람은

발뒷꿈치도 못 따라갈것 같이

너무나 대단하신

194X 생 우리 지도교수님

은퇴하신 후?

유튜브 하신다


돌고 돌아

역시 유튜버인가?


#정리

퇴사를 빙자한 휴직계. 무조건 좋을 줄 알았다

세상에 무조건 좋은 건 없다


너무 좋은 가을 날, 무작정 오후 반차를 썼다

이 날은 특히 날씨가 좋아서

가장 맘에 드는 얇은 코트를 입고 출근했었다

청량한 날씨를 즐기며 낮맥 한잔을 때렸다

진짜 기분 끝내준다

그러다 갑자기 해가지자 으쓱하더니 찬 바람이 분다

아무런 대비 없이 예쁘기만한 옷은

갑자기 온 추위를 이길 수 없다


이렇게 초겨울 얻은 감기는 길게 간다

그리고 올해 얻은 감기 몸살은

작년보다 매번 더 역대급 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곤 또 매년 이맘때 바보 같이 반복한다


아무런 대비 없이 추위를 때려맞아 감기를 또 얻을까

얇은 스카프라도 챙겨서 대비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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