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실감

없다

by 도씨


엄마가 돌아가신 후 벌써 삼년상을 다 치뤘다.

햇수로 3년.

천일이 넘는 기간 동안 엄마를 묻고 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말만 믿고서..


처음에는 엄마밖에 없던 내가 다 큰 고아가 되었다는게 잘 실감나지 않았다.

재가 되어버린 작은 항아리 속 엄마가 이제 나의 엄마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는 커다랗고 의지가 되고 그늘이 되어주고 날 보호해주던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였다.

세상에 마지막이 있다면 , 그 때까지 나를 악착같이 지켜줄 세상에 단 한 사람.

나는 그것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었는지, 잃고 나서야 해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그늘이 사라졌구나 깨달았다. 근데 그것도 꽤나 오래 걸렸다.


나이가 차고 넘치는 어른인데도 우주 고아가 된 기분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완전하게 지구에 하나뿐인 사람.

외로운 나.


맨 처음 부재를 느낀것은 당연히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집이었다.

엄마는 나와는 다르게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내가 집안일을 돕지 않아 집에서 바빴던 것도 있지만 , 엉덩이를 붙이거나 누워있으면

힘들고 아팠던 일만 떠올라 기운이 없이 쳐진다고 우울해지는 그 기분이 싫다 했다.


그래서 내 방에만 있어도 나는 심심하지 않았다. 외롭지 않았다.

집에서 바삐 움직이는 인기척과 잰 발걸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 , 빨래, 음식, 설거지, 화분 가꾸기, 좋아하는 유투브 보기, 전화통화하기...엄마의 일상은 그런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득하고 바쁜 엄마의 하루 덕으로 나는 공주처럼 살면서 엄마의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일상의 안온함을 온전히 누렸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암이 엄마를 하늘나라로 데려갔다.

조용하고 배경음악같던 모든 인기척이 사라진 집은 , 그야말로 절간보다 더 고요했다.

엄마가 없다.

이제는 영원히 없다.

영원히 내 곁에는 나만 남았다.


빈 집. 깡통이 되었지만 깡깡 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곳에서 처음 혼자 자던 날 처음으로 그 집이 무서웠다.

고요함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것은 한 사람이 온전히 존재하던 아늑한 옛날 고요함이 아니었다.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죽음같은 빈 집..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동생과 집을 합쳤다.

나마저 큰 일을 치룰 것같은 동생의 걱정과 내 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스스로 깨닫고 그렇게 되어버렸다.


엄마의 부재를 통해 배운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인해 나는 현실도피하듯 엄마의 죽음에서 도피를 했다.

'엄마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아주 아주 긴 여행을 갔을 뿐이다.곧 돌아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현실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부재에 대한 적응을 위한 정신적인 도피였던 것 같다.


하지만 동생과 살면서도 문득문득 파도처럼 부재를 실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엄마가 남기고 간 엄마의 가방을 볼 때

먹고 싶은 엄마의 음식을 더이상 먹을 수 없음을 알게 될 때

엄마는 노래방 애창곡을 흥얼거리다가 문득

엄마의 사진을 가끔 들여다 볼때

등...등등...


특히 웃겼던 것은 부모님과 함께가는 가족여행을 찾아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를 포함한 인원으로

여행정보를 찾다가

아 맞다. 엄마는 이제 없지. 빼야하네.라고 느꼈을 때였다.

나는 내가 기억력이 사라진 것인지, 실감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긴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여행을 찾아보는 모순은 또 어떻고..


여행, 음식, 콘서트 ...엄마에게 아직 보여주고 들려주고 먹여주고 싶은 것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야속하게 일찍 떠난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효도할 기회조차 충분히 주지 않고 뒤늦게 철 든 나를 이제 더이상 보지도 않는 곳으로 가버렸다니.

그것도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그러다 하루는 엄마의 핸드폰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유투* 검색 목록을 보다가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병에 관한 검색목록만 한 가득이었다.


ㅇㅇ에 좋은 음식

ㅇㅇ을 완치하는 방법

ㅇㅇ에 좋은 채소

ㅇㅇ을 고치는 법...


다 그런식이었다.

매일 다육이 영상만 보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또 엄마는 유*브에서도 나만을 찾아 헤매다 갔구나 싶었다.

그런 아픈 손가락같은 나만 사랑하는 바보같은 사람 하나가

내 세계 전부가

내가 전부였던 엄마의 세계가

이젠 없다.


그 때 처음 아주 세게 와 닿았다.

엄마가

이제는

없다.


부재는 그렇게 잔인한 것이었다.

소중한 이의 소멸.

한 세계의 소멸.

사랑의 소멸.


그 어디에도 없는 엄마를

그 날은 엄마,엄마 부르며 울었다.


빈 방에 내 울음 소리만이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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