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도 너무 별나다.
한집 남자의 똥고집은 꺾을 수가 없다.
아프면 약을 먹든지 병원을 가든지 할 것이지 이 남자의 고집불통은 상식을 뒤엎는다.
다른 집 남자들도 그런 건지, 이 남자가 별난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고향에 다녀온 한집 남자가 옻이 올라왔다.
생옻나무를 넣어 옻닭을 해 먹었단다.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아주 볼만하다.
벅벅 긁어대서 여기저기 피딱지가 붙어있다.
온몸이 팅팅불어 올라 결국 일하러도 못 갔다.
병원에 가라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몇 년 전 봄에 지인들과 등산을 간 적이 있다.
정상에 있는 산장식당에서 국수와 도토리묵을 시켰는데 인심 좋은 주인장이 초록초록한 산나물을 데쳐서 서비스로 내놓았다.
초장에 찍어서 먹으니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무슨 나물이냐 물으니 옻순이라고 했다.
그날 밤, 한집 남자가 미친 듯이 긁기 시작했다.
네 명중 이 남자만 옻이 올랐다.
온몸이 부어오르면서 밤새도록 긁어댔다.
자다가 일어나서 샤워를 하기도 하고 물파스를 바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치약을 발랐다.
병원에 가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한 달 내내 밤잠을 설치며 치약과 물파스를 발라댔다.
한 달쯤 지나서 이 남자 왈,
-와, 내가 병원을 가지 않고도 옻을 이겼다. 대단하지 않나?
누가 들으면 독립운동이라도 한 줄.
어이가 없었다.
이듬해 봄,
이 남자가 산에 가서 개옻나무를 꺾어왔다.
옻이 오르나 안 오르나 시험 삼아 옻 진액을 내서 만졌대나 어쨌대나.
-별 미친 짓을 다한다.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날 밤,
이 남자가 또 밤새도록 긁어댔다.
병원을 가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밤마다 자다 말고 물파스에 치약을 덕지덕지 발랐다.
-참말로 가관도 가지가지다.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올 뻔했다.
한 달 내내 옻과의 사투를 벌인 후 이 남자 하는 말,
-아, 나는 내가 너~무 대견하고 뿌듯하다. 내가 옻을 또 이겨버렸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뻐기는 말에 기가 찼다.
이번이 세 번째 옻이다.
인터넷을 뒤지니 들기름을 섞어 달걀노른자를 생으로 먹으면 낫는다고 쓰여있다.
병원을 가래도 말을 듣지 않는 이 남자에게 비싸디 비싼 들기름도 아깝다.
고생 좀 해봐라, 냅 두고 싶지만 이 남자 때문에 나까지 밤잠 못 잘게 뻔하다.
미친 듯이 긁어대는 이 남자에게 노른자에 참기름 한 방울 섞어 건넸더니 좋다고 받아먹는다.
밤새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겨우 일어나 주방에 나갔더니,
세상에!
싱크대에 달걀 껍데기가 수북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가득 찼던 참기름 병이 바닥을 보인다.
아들 오면 삶아주려고 사둔 방사유정란을 홀라당 먹어치웠다.
이... 미친!
나오려는 막말을 겨우 참았다.
그래, 얼마나 가려우면 그랬겠나.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부어있는 얼굴을 보니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어휴, 이 미련 곰탱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
이 남자, 밤마다 자다 말고 성실하게 옻퇴치법을 실행 중이다.
보름동안 먹어치운 달걀은 두 판은 될 성싶고 새로 꺼낸 참기름도 이틀 전에 바닥났다.
달걀은 그랬다 쳐.
참기름은 왜 콸콸 쏟아붓느냐고.
한 방울만 톡 하면 될 것을, 으이그, 웬수!
나오려는 막말을 꿀꺽 삼킨다.
이 남자가 이번에는 뭐라고 말하려나.
북한에 잠입해서 핵무기라도 훔쳐온 듯 거만하게 웃어대겠지.
이 남자의 똥고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별 시답잖은 일로도 뿌듯해하며 허세를 부린다.
이 남자는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 나는 법이 없고 그 흔한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파도 병원에 갈 생각을 않는다.
병원에 가지 않는 걸 훈장처럼 생각하는 이 남자의 막무가내를 어쩔까나.
다른 집 남자들도 그러는지, 이 남자가 별난 건지 누가 속시원히 대답 좀 해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