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편' - 회사(=사업주, 경영자)의 생리와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
대다수 회사들이 규모를 막론하고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연봉제는 2000년대 초반에 유행처럼 퍼져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선진 운영기법을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시행 중이지만, 그 실체는 이전의 월급제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는 2개월이나 3개월에 한번씩 보너스를 받는 구조의 급여체계였습니다. 보너스가 없는 평달의 급여액수는 적었지만 한달이나 두달 후에는 2배 이상의 급여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그날을 기다리면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입니다. 2달이나 3달마다의 보너스를 받고, 설과 추석 명절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때에도 결국 직원에게 주는 연간 급여 총액을 얼마로 나누는가의 차이였지, 지금보다 더 많거나 적게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급여 총액을 12분의 1로 나누어 주느냐, 16분의 1-3개월의 경우 - 로 나누어 주느냐의 차이였던 것입니다. 회사의 성과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 있었던 연말 보너스가 진정한 보너스 개념의 추가 보상이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급여 인상에 있어서는 호봉제를 운영하여, 매년 경력년수에 따라 호봉이 오르고 자연스럽게 호봉표에 나와있는 급여인상분이 반영된 급여를 받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이때에는 매년 모든 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었고 승진 대상이 되는 직원들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승진자가 되면 호봉 외에도 직급별로 점프업되는 급격한 급여인상 - 총액 기준 - 을 경험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팀제도 아니고 무슨무슨 과나, 부 단위로 조직이 편제되어 과장이면 특정 과를 책임지는 것이었고, 부는 어떤 부를 책임지게 되는 자리여서 지금의 임원급 대우를 받던 시절입니다. 많은 분들이 직접 하는 일은 없고 앉아서 신문 보고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다가 업무 결재만 하고 소속 직원들 관리만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우리나라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IMF 구제금융을 받는 경제위기를 겪게 되고, 이름난 회사들을 포함한 상당히 많은 수의 회사들이 무너지게 되는 일이 생겼으며,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직장인의 인식과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열심히 하든 그렇지 않든, 좋은 일이 있든 그렇지 않든, 승진을 하든 밀리든, 매월 꼬박꼬박 나 오는 월급을 받고 매일 이 사람 저 사람과 어울리며 신세 한탄도 하고 다음 날이면 일어나 회사일을 하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때부터 없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전반에 영향을 미친 이 시절을 헤쳐 나온 후, 각 회사들은 이런 일이 생긴 것이 각 회사의 고위층이나 정부의 경제정책 잘못임을 숨긴 채 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변화해야겠다는 목표로 조직체계나 운영방식들을 정말 유행처럼 너나할 것 없이 바꾸게 됩니다. 이런 변화들은 자신들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들을 찾아, 다시는 그런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한 개선방안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유명한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방식 - 대부분은 학자들이 선진국의 기업 운영방식들을 따온 것임 - 을 우후죽순격으로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과나 부는 없어지고 팀제로 바뀌고, 월급제는 연봉으로 바꾸고, 직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체계를 만들어 잘하는 사람 잘해주기보다는 매년 못한 사람을 걸러내어 자리를 내놓게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느 누구에게나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급여체계 변경에 대해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프로급으로 운영되려면 회사와 직원 모두가 변해야 합니다.
진정한 연봉제는 몇분의 몇으로 나누어 주던지, 총액을 기준으로 해서 매년 성과를 측정하고 내년의 계획을 기반으로 하여 서로 협의하고 합의해서 책정되어야 합니다. 말만 연봉제라고 하고 회사에서 정한 인상률을 적용해서 일괄 또는 거의 유사하게 인상하고 단순히 이전의 보너스 제도를 없애고 12분의 1로만 주는 것이 아니고 말이죠. 진정한 연봉제를 운영하면, 어떤 사람의 연봉은 전해에 비해 많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으며, 동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제도와 그것을 운영하는 제대로 된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있다는 것은 기본 전제입니다.
평가제도와 관련된 환경 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진정한 연봉제는 무상한 공상일 뿐일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급여, 연봉체계에 대해 우리 직원들은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기본 생각에는 2가지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나는 정말 잘했으니 전해보다 많이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것’과, 반면에 ‘매해 내 연봉은 조금이라도 올라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직원이 되어 급여를 받는 입장인 우리가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연봉체계 역시 바뀔리 만무하고, 이는 직원들의 그런 생각을 모두 충족시켜줄 Owner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한 원에게는 많은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못한 직원들도 급여를 다 올려준다면 회사는 무엇을 먹고 살며, 그 회사의 Owner는 무엇으로 자신들의 부를 늘일 수 있을까요?
Owner의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줄 재원은 매년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눠주느냐가 회사별 차이점인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한해에 그 회사가 남긴 이윤에서 Owner의 몫을 남기고, Owner가 챙기는 사람들 몫을 남기 고 난 후의 나머지를 직원들 몫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의 연봉제라는 것이 그나마 잘 적용되는 것이 프로스포츠계일 것입니다. 신인의 경우에는 그의 앞으로의 성장성과 기여도를 예측해서 연봉을 책정하고, 기존 선수라면 전해에 한 만큼에 대한 보상을 해주면서 다음 해의 성과를 요구하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어떤 선수는 몇 백%의 인상도 되지만, 어떤 선수는 몇 백%의 감액도 당합니다. 그러면서 재기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원복하던지 이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로스포츠계에는 정기적인 FA제도는 있지만 연중 상시적인 FA제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의 경우에는 그와 반대로 본인이 원하고 본인을 원하는 다른 회사가 있다면 연중 상시적으로 FA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로의 경력입사로 이직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직급이 변화하는 대리나 과장, 차장 정도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기존 회사 연봉의 1.5배나 2배 정도를 받는 사례가 있는데, 본인이 잘못하여 쫓겨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올려 받으면서 옮기게 됩니다. 기존 회사에서 나가라고도 안하는데 누가 적은 급여를 주는 회사로 옮기겠습니까?
프로스포츠계에는 연봉 총액제도 있습니다. 일반 회사에도 연봉 총액제는 있지만 프로 스포츠계처럼 외부에 알려져 있지도 않고, 각 회사별 기준에 따라 그 한도는 상이합니다. 이것을 회사에서 직원들과 공유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인력도 꾸리고 연봉도 책정한 다면 지금보다는 더 효율적이고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총액한도를 공개,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있습니다. 직원들의 기대수준이나 경쟁사와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면 직원들의 반발 또는 만족도가 떨어져 성과가 잘 안나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직원들에게 각 개인의 연봉은 개인비밀이니 친분이 있는 직원들과도 절대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연봉 총액제를 회사와 하위 조직에 적용한다면 업무수행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해야 할 일들과 필요한 인력들을 구성함에 있어 개인의 연봉을 기준으로 필요한 리소스수를 산정하고 직급별의 인력수도 조정하고 높은 연봉의 인력에게는 더 많은 일을 주고 낮은 연봉의 인력에게는 조금은 적은 일을 주는 식입니다. 회사에는 필요하지만 지금 조직에서 부담하기에는 높은 연봉자라면 그 직원을 필요로 하고 그 높은 연봉을 부담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보내 회사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도 개인이나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회사 내에서의 트레이드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방식과 제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방식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진정한 연봉제는 회사에 도움만 됩니다.
투명한 연봉제도 하에서 각자가 한 역할과 성과에 대해 적정한 대가를 받는다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더 발전하기 위한 동기부여도 될 것입니다. 잘해서 많은 보상을 받은 직원은 더 잘하려고 하고, 좋은 성과가 나지 않아 보상이 미진한 직원은 이 를 따라잡기 위해서 모두가 일을 찾아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신입사원에서부터 높은 위치의 셀러리 CEO까지, 그 어느 누구라도 적은 대가를 받으면서 말 그대로의 높은 로열티만을 가지고 봉사하며 직장생활을 하려 하겠습니까? 개인의 보람도 명예도 중요하겠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너나할 것 없이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무생물인 회사의 무궁한 발전과, 결국 Owner들의 부증식을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며, 투명한 연봉총액제 운영으로 회사 내 우수인재의 외부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현실화되려면, 회사는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개인이 아닌 전체에 대한 연봉 총액을 공개해야 하며, 이에 대해 모든 직원들은 회사에 본인들이 유리한 측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매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기반한 상호 협의, 합의된 연봉 책정에 대해 진정한 수긍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영업직무를 대상으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 사례가 있지만, 이것은 영업직원의 전체 연봉에서 일정금액을 제하고 나서 목표를 달성하면 당초의 기본 연봉 또는 그 이상의 보상을 주는 것이었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목표는 회사가 일방향적으로 설정하여 부여함으로써 영업직원들의 동기부여는커녕 오히려 반감만을 사게 되어 다시 일반직군의 직원들과 동일한 방식을 운영하는 것으로 원복되었습니다. 이런 영업직무의 사례를 이유로 진정한 연봉제의 도입과 운영을 미루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연봉제 운영 기준을 경영층과 직원 간에 공정한 협의를 거쳐 전체가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운영하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한 회사의 모든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직무별로의 특성을 감안한 개별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만약 너무 과도한 증감폭이 예상된다면 그 폭의 한계선을 정해 적용하고, 특별한 성과에 대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보너스 제도 - 1회성의 많은 금액 - 를 운영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