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아들은 책에 푹 빠져 들었다.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펼친 아들의 일기장에는 8살 여름방학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아들과 함께 아파트의 작은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어느 날부터 사서님의 부탁으로 ‘책 읽어 주세요’ 봉사를 하게 되었다.
제목의 ‘독서왕’에 느낌표가 4개나 붙어 있는 걸 보고 공명심 가득한 아들이 저 타이틀을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노란색 앞치마에 적힌 문구가 아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을까? 문구가 적힌 노란색 앞치마를 입은 엄마가 든든했을까? 갑옷을 입은 나를 상상하니 눈앞에 사자가 나타나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미사도서관에서 아들과 함께 강무홍 작가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대표작으로 <까불지마>를 읽어 주었는데 아들과 한참을 배꼽 빠지게 웃었다. 강무홍 작가의 <까불지마>는 엄마에게 “까불지 마!”라고 소리치는 법을 배우는 겁쟁이 아들의 이야기다. 마법의 주문 덕분(?)에 엄마에게 꿀밤을 맞는 반전이 압권이지만 그보다 아들의 배짱이 기막히다.
세상의 두려움과 마주하고 용기를 내는 아들의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내가 언제까지 이 아이의 든든한 ‘갑옷’이 되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들의 용기와 배짱을 언제까지나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