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로맨스 전래 동화
* 실화를 기반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옛날 옛적에 동양의 끝자락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별빛'이라는 이름의 아씨가 살고 있었어요. 별빛아씨는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가문에서 학문과 예의범절을 익히며 무럭무럭 자랐지요.
별빛아씨는 이 도토리만 한 작은 나라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것이 좀 갑갑했어요. 먼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몹시 궁금했대요.
일찍이 부친을 여읜 딸이 불쌍했던지 모친과 오라버니는 못 이기는 척 '외쿡'에 가보는 것을 허락해 주었어요.
별빛아씨는 서양의 카나타*라는 나라에 가보았어요. 사람들은 요상한 얼굴에 요상한 말을 쓰더래요. 아씨는 많은 벗을 사귀고, '잉글리시'라는 꼬부랑 말도 배웠대요.
어느 날, 친한 친구가 구리수마수 잔치에 초대를 했어요. 수많은 가족들과 동무들이 모여 신나게 놀았더래요.
'동방예의지국'의 반전매력인 음주가무 실력을 가감 없이 발휘했어요. 동이 틀 때까지 한국인들은 노래방에 온 듯이 열창을 했더래요. '다이나믹 코리아'였어요.
그런데 그곳에는 '햇살'이라는 도령이 있었어요. 잔치에 초대한 친구의 사촌이었지요.
그는 여리여리한 몸에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가진 전형적인 외쿡인이었어요. 몇몇 아낙네들은 그가 귀엽다고 수군거렸대요.
하지만 별빛아씨는 그 남정네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곧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외쿡남자에게 관심을 줄 이유가 없었대요. 구리수마수 연휴 동안 몇 번 만났지만, 그 이후에 햇살도령을 다시 조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대요.
별빛아씨는 다른 고을에도 가보는 계획이 있었어요. 처음 살았던 곳은 시골이었지만, 큰 고을에서 잠깐 더 공부할 계획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요? 햇살도령은 사실 그 큰 고을에서 학문을 닦고 있던 청년이었대요. 구리수마수 잔치 때는 방학 동안 가족을 방문하러 잠깐 고향에 갔던 것이었어요.
새로운 고을에 도착한 별빛아씨는 서신을 보냈어요. 햇살도령은 답신을 했어요. 그들은 그렇게 또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시간에 재회를 했지요. 신기한 인연이었어요.
별빛아씨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속담이 생각났대요.
'연애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9할의 일을 했어요.
다시 조우한 이 선남선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대요.
정식으로 교제한 지 고작 한 달 남짓 되었을 무렵, 별빛아씨는 눈물을 머금은 채 홀연히 구름을 타고 고국으로 돌아가버렸대요.
하지만 햇살도령은 앞뒤 재보지 않는 불굴의 사나이였어요. 얼마 뒤 별빛아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와버렸지요.
아씨의 집안에는 '남사친'으로 소개했대요. 하지만 3주의 짧은 만남 후 햇살도령은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어요. 학문을 마쳐야 했대요.
그런데 이게 웬걸요? 햇살도령은 학문을 마치고 이제는 아예 한국에 정착하겠다고 들어와 버렸대요.
이번엔 집안에 '남친'으로 소개했어요.
별빛아씨의 모친인 최씨부인은 노발대발했어요. 최씨부인은 쇄국정책을 지지했나 봐요. 양인을 배척했어요.
'근본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놈이 무엄하다'며 격분했어요. 사실 햇살도령은 몸뚱이와 청춘 빼고는 실제로 가진 게 없었어요. 김치싸대기는 안 맞았지만, 욕을 한 바가지 먹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요? 최씨부인은 그렇게 분노하다가도 '오다 주웠다'며 세간살이를 차곡차곡 넣어주었어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최씨부인은 '츤데레'였어요.
최씨부인은 양은냄비처럼 화르륵 끓어올랐다가 파르륵 식어버리곤 했어요. 불 같이 화를 내기도, 얼음 같이 차가워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햇살도령은 뚝배기 같은 남자였어요. 그는 뭉근하고 따뜻하게 최씨부인과 별빛아씨의 곁을 지켰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지요? 최씨부인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부모형제 다 두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미지의 나라로 떠나온 햇살도령이 조금 측은하게 느껴졌나 봐요.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고 해요.
결국 최씨부인은 '니들 멋대로 해라!' 하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그렇게 별빛아씨와 햇살도령은 혼인이라는 결실을 맺었어요.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THE END -
* 카나타 : 캐나다라는 현재의 국가이름이 옛날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Kanata(마을, 정착지)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에 착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