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이 한국인 남편보다 더 좋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3가지에 대한 답변

by 별빛햇살

남편과 사귈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3가지가 있다.


1. 외국인 남편이 한국인 남편보다 더 좋아?

2. 외국인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를 잘 도와줘?

3. 외국인 남편은 로맨틱해?


첫째, 외국인 남편이 한국인 남편보다 좋은가에 대한 답변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인 외국인 구별 말고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아보세."


내 생각에 인종과 국적은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고, 한국에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결혼 전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갔을 때였다. 친가 쪽은 큰고모가 가장 큰 어르신이셨고, 외가 쪽은 외할머니가 가장 큰 어르신이셨다. 결혼이란 자고로 가장 큰 어르신들께 허락을 받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법이다.


친척들 중 나에게 대놓고 결혼결사반대를 외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집안에 외국인을 들여오는 것을 언짢게 여기는 분위기는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가장 큰 어르신인 큰 고모와 외할머니께서 대번에 남편을 좋게 보셨다.


"애가 참 착하게 생겼데이. 인상이 참 괜찮데이."


남편은 인상이 선하다. 살짝 처진 눈가에 웃음주름이 가득 생기는 그런 눈매를 가졌다. 딱히 못생긴 구석도 없고 해리포터처럼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어서 똘똘해 보였다. 한국말,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었지만 어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점잖게 행동했다.


시골 외갓집에서 삼촌들이 술을 권하기 시작하셨다.


"자, 이거 집에서 담근 술인데 한 잔 들어."

"네." 남편은 술을 한잔 털어 넣었다.


잠시 후, "어허... 이거 집에서 담근 술인 줄 알았더니만, '식초'였네. 이거 마셔. 이게 술이야."


남편이 이미 식초를 들이켠 후였다. 집에 돌아올 때 그는 말했다.


"사실... 초파리도 들어있었는데 그냥 마셨어..."


그는 어르신들께 잘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다. 그 잔은 지독히도 새콤했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눈은 정확했고,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외국인이 좋은지 한국인이 좋은지는 절대 잘라 말할 수 없다. 사람 개개인을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나는 한국인 남편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비교불가다.



둘째, 외국인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를 잘 도와주는가에 대한 답변


한국 남자들도 요즘은 집안일과 육아를 많이 돕는다고 알고 있다. 20년 전에는 분명 한국 남편들의 가사분담률이 현저히 낮았다.


내 남편은 그 때나 지금이나 집안일과 육아를 자기 일처럼 함께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자랐다.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남편은 대학생 때 삼촌집에 살면서 세 명의 어린 사촌동생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내에게 다 맡겨놓을 노동의 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온종일 육아에 매달려 녹초가 되었을 때, 남편은 주말에 혼자 아이를 돌볼 테니 바람 좀 쐬고 오라며 나에게 개인시간을 주곤 했다. 그 당시 주변에 그런 남편들은 잘 없었기에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외국인도 잘 돕지 않는 사람은 많다. 이것 역시 개인차가 크다. 한국에도 잘 돕는 남편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셋째, 외국인 남편은 더 로맨틱한가에 대한 답변


로맨틱함이란 무엇인가. '다정함', '스윗함', '낭만' 같은 건가. 로맨스라는 단어의 뜻조차 잘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우리는 '전우애'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 남편은 공주님 안듯이 아내를 두 팔로 가슴팍에 들쳐 안고 방으로 들어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물론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도 있을 테다. 우리는 아니다. 나는 '저러다가 허리랑 무릎 다 나가겠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남친이나 남편이 힘든 일을 알아서 해주는 약간 돌쇠(?) 같은 다정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짐을 들어준다거나, 남자가 차도 쪽에서 걷는다거나, 머리콕 하지 않게 손으로 받쳐주거나 하는 다정함과 스윗함 말이다.


그에 반해 내 남편은 이런 스타일이다. '아, 아내가 짐을 들고 있구나' = '아, 아내가 혼자 잘하고 있구나.'


그래도 남편은 부탁을 하면 바로 들어준다. 입력값이 있으면 출력값은 있다. 나는 가끔 우리 남편이 로봇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나는 입력을 많이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AI처럼 약간 습득도 하는 것 같다. 남편이 대견하다.


사실 공주대접을 해주지도 않지만 공주대접을 받고 싶었던 적도 없다. 우리는 그냥 평등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면 스스로 해결하고.


사실 요즘 K-드라마 때문에 대한민국 남자들이 로맨틱하다는 풍문이 전 세계에 떠돌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야말로 긴장해야 한다. 다정함은 요즘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더 장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로맨티스트는 외국인이 아니라 (드라마 속) 한국인이 아닐까.


내 남편에게 'K-다정함'은 아직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우리 남편이 애는 착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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