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이상적인 부부, 이상적인 가족. 나는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남편을 가진 나를 부러워한다.
드디어 그 비결을 밝힐 때가 되었다. 나는 아래의 세 가지 행동강령이 있다.
첫째, 남들에게 남편 욕을 하지 않는다.
요즘 소셜미디어가 성황이다. 사람들은 어디를 갔는지, 어떤 걸 먹었는지, 무엇을 샀는지 과시하고 싶어 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자기자랑은 하면서, 남편은 험담을 해서 '나는 천하에 불행한 여인입니다'라는 광고를 하는 건지. 그래서 나는 남편 욕을 (잘) 안 한다.
칭찬은 하면서 험담은 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내 남편이 아주 이상적인 줄 안다.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데도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이런 걸 '개이득' 또는 '개꿀'이라고 한다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나는 내가 남편을 욕할 때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아껴줘야 할 사람을 험담하고 나면 며칠간 마음이 찜찜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꺼내놓고 싶다. 그럴 때는 말을 하되 아주 별 것 아닌 것처럼 순화한다.
"아유, 우리 남편도 단점 있어요. 자꾸 어지르고 자꾸 미루고요. 답답할 때 많아요."
이 정도면 아무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을 만큼 싱겁고 무난한데, 나는 할 말은 했기에 속이 꽤 시원하다.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남편 욕하는 상대방에게 맞장구 쳐주기에 딱 적당한 수준이다.
둘째, 남편의 장점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그의 단점을 묻어버릴 수 있을 만큼.
나는 나를 세뇌한다. 매일 콩깍지를 수확해서 눈에 덕지덕지 붙인다. 특히 남편이 미워질 때 그의 장점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확대해석한다. 그의 단점은 최대한 빨리 툴툴 털고 잊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이런 점들은 최고잖아. 이만하면 진짜 좋은 남편이지.' 이렇게 세뇌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주변을 어지럽혀 놓으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아휴. 아인슈타인도 그렇게 정리를 못했다는데... 책상과 방이 아주 난장판이었다지... 우리 남편은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이구나. 그래도 똑똑해서 다행이다. 아인슈타인만큼은 안 똑똑하지만...'
나 이렇게까지 노력한다. 눈물이 난다. 이렇게 계속 장점을 떠올리다 보면 나는 행복한 아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셋째, 나의 단점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나의 장점을 묻어버릴 수 있을 만큼.
이번엔 두 번째 행동강령의 반대이다. 나의 단점들을 떠올린다.
'나도 단점이 있잖아. 그래도 남편은 불평 안 하잖아.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딨어. 나랑 사는 게 더 힘들 수도 있겠다.'
물론 자존감 떨어질 정도로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남편이 나를 위해 얼마나 이해하고 맞춰가며 사는지도 한번 생각해 본다. '역지사지'를 실천해 보는 것이다.
'남편 관찰 일지'를 쓸 예정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나에 대해 너무 좋게 쓰지는 마."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칭찬을 너무 많이 들어서 부담감을 느끼는 걸까?
그도 알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에 대한 험담을 (잘) 안 한다는 것을. 나는 '남편도 단점은 있지만', '남편도 완벽하지는 않지만'이라는 문구를 넣겠다고 약속했다.
남편에게 섭섭할 때 나는 남편과 대화를 한다. 내 생각과 기분을 그에게 알려준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들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결혼생활은 이렇게 양측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이상적인 남편은 이렇게 제조되었다. 내 생각과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
단, 익명의 온라인상에서 내가 과연 꾸준히 남편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간간히 소소한 폭로가 있을 것 같은 스산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