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바람을 가르는 소리

제1부: 여름, 초록색 야생

by Napolia

장수동의 여름 하늘은 유난히 높고 파랬다. 그 파란 하늘을 찢을 듯이 가르고 날아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할아버지의 화살이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장수동의 유지이자, 소문난 명사수였다. 할아버지가 하얀 모시 적삼을 차려입고 활터에 나서는 날이면, 나와 똥장군도 덩달아 바빠졌다. 우리는 할아버지의 '화살 수거조'였기 때문이다.
"야, 서울뜨기. 정신 바짝 차려라. 딴생각하다가는 머리에 구멍 난다." 똥장군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활터는 종점 상회 뒤편 언덕에 있었다. 145미터나 되는 까마득한 거리. 할아버지가 사대에 서면, 우리는 과녁이 있는 무겁터 구덩이 속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했다.

"어험!" 멀리서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잠시 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놓이는 소리가 났다.
"온다!"
바람 소리가 달랐다. '윙-' 하는 소리. 마치 거대한 말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섬뜩한 파열음. 우리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툭!'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과녁에 꽂혔다. 혹은 과녁 뒤 모래 언덕에 처박혔다. 그제야 똥장군이 벌떡 일어나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관중이요!" (과녁을 맞혔다는 뜻) 똥장군의 우렁찬 목소리가 활터에 메아리쳤다.
화살 줍기는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었다. 과녁에 꽂힌 화살은 뽑으면 그만이지만, 빗나간 화살은 억세게 우거진 풀숲이나 가시덤불 속에 숨어버리기 일쑤였다.
"이건 내 거다!" 똥장군은 뱀처럼 풀숲을 헤치고 다니며 기가 막히게 화살을 찾아냈다. 나는 가시에 찔리고 풀독이 올라 긁적이면서도, 할아버지에게 혼나지 않으려 눈에 불을 켰다. 화살 깃은 꿩 털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부드러운 감촉을 손에 쥐면 안도감이 밀려왔다.
가장 무서운 건 '몰기(다섯 발을 모두 과녁에 맞히는 것)'를 할 때였다. 할아버지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화살은 무서운 기세로 과녁 중앙을 파고들었다. 다섯 발이 연달아 '텅! 텅!' 하고 과녁을 울릴 때마다 우리는 구덩이 속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그 소리는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모든 활쏘기가 끝나고, 우리가 주워 온 화살을 한 아름 안고 사대로 돌아가면 할아버지는 땀을 닦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방금 전까지 활을 쏘던 매서운 눈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인자한(혹은 돈 많은) 할아버지로 돌아와 있었다.
"오냐, 고생들 했다." 할아버지의 지갑이 열리는 순간, 나와 똥장군의 눈은 화살촉보다 더 날카롭게 빛났다. 할아버지는 빳빳한 지폐 대신,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장을 우리 손에 쥐여주셨다. 그 돈에서는 묘하게도 흙냄새와 할아버지의 모시옷 냄새가 났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종점 상회로 내달렸다. 목숨 걸고 번 돈으로 사 먹는 '브라보콘'의 맛. 가게 평상에 앉아 아이스크림 껍질을 까면, 달콤한 바닐라 향기가 화약 냄새 같은 활터의 긴장감을 단숨에 날려 보냈다.
"야, 니네 할아버지 활 솜씨는 진짜 알아줘야 돼." 똥장군이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힌 채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 난 무서워 죽겠는데." "무섭기는. 그게 다 돈 쏘는 소리라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신나냐?"
녀석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파란 하늘 위로 잠자리 떼가 날아다녔다. 잠자리 날개 소리가 아까 들었던 화살 소리처럼 '윙윙'거렸다. 장수동의 여름은 그렇게 활시위처럼 팽팽했다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