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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버팀목이 되는 휴무일

2025.11.19.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8시 어제 새벽부터 대전에 갔다 왔기에 몸이 찌뿌둥했다. 정신을 차리는 사이 여자친구가 오전에 회사일을 같이 하기 위해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전화가 오지 않았었다. 황급히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고 했다.


여자친구도 어제 장시간 운전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다고 말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자친구가 곧 간다고 해서 침대에서 일어나 씻은 뒤 외출 준비를 했다. 어제 가져온 서류를 정리하고 있으니 전화가 왔고 밖을 나가니 여자친구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친구 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 일을 도와주고 2층으로 올라가 잠깐 쉬고 있었다. 원래 오전에 여자친구 부모님과 같이 내장산 단풍구경을 가려고 했으나 오늘 회사에 일이 생겨 잠깐 2층에 기다리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2층에서 에세이를 쓰며 기다렸다.


일이 끝나고 아버지께서 오셨는데 오늘 내장산은 못 갈 것 같다고 미안해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만 날이 아니고 회사일이 더 중요하죠”라고 말씀을 드렸다. 오늘 내장산은 못 가지만 같이 점심은 밖에서 먹고 저녁은 집에서 예정대로 한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여자친구 부모님과 남동생까지 5명이서 차를 탄 뒤 뭘 먹을지 고민을 하던 중 아구탕을 먹기로 했다. 횟집에 도착해 아구탕과 초밥 단품 메뉴를 주문했다. 부모님이 어제 계약 잘했는지 여쭤보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 메뉴가 나왔다.


광어초밥이 나왔는데 회가 작긴 했지만 광어 지느러미였기에 쫄깃함과 광어의 단맛이 참 좋았다. 그리고 같이 나온 아구탕은 뚝배기에 나왔고 빨간 국물로 주문했는데 얼큰함과 시원함이 참 좋았다. 아구도 튼실했고 시원한 국물에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나온 음식을 다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차를 타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6시쯤 저녁을 먹기로 했기에 시간이 남아 여자친구와 평소 좋아하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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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카페에 도착하니 평일이었지만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푹신한 소파 자리가 비어있었다. 재빨리 가방을 두고 커피와 브라우니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에세이를 쓰는 사이 메뉴가 나왔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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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점심때 식당에서 아버지께서 부탁하신 PPT 자료를 살펴봤다. 아버지께서 입찰 PPT 제작을 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셨는데 다행히 내가 카페를 하기 전 다녔던 회사에서 제안서 PPT를 제작한 경험이 있기에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제작을 해야 하기에 촉박했지만 아버지께서 너무 잘 안 만들어도 된다고는 하셨다. 그래도 부탁을 하셨기에 한번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인터넷에 일일이 원하는 디자인을 위해 검색했기에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Canva에서 디자인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이미 PPT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월할 것 같다. 내가 PPT를 보는 사이 여자친구는 옆에서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내가 커피와 디저트를 거의 먹어갈 무렵 여자친구가 눈을 떴다. 아까의 피곤한 기운이 없어졌는지 회사에 들어가기로 헀고 차를 탄 뒤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회사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 저녁에 또 나가야 하기에 간단하게 씻고 PPT를 제작했다.


마음에 드는 템플릿이 있어 디자인은 확정지었는데 이메일로 보내주신 자료 PPT가 너무 부실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만들기는 했지만 부족한 내용은 따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PPT 제작에 몰두하니 어느새 5시가 넘었고 여자친구 전화가 왔다.


다시 옷을 입고 밖에 나가니 여자친구 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회사에 가기 전 케이크도 픽업해 갔다. 회사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니 어머니와 남동생이 미리 반찬과 불판을 세팅해두셨다. 더 일찍 왔다면 도와드렸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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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아버지께서 올라오셨고 등심과 새우살을 불판 위에 올리셨다. 영롱한 분홍색 자태를 보여주는 한우는 센 불에 잠깐 구워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고기 기름에 양송이와 표고버섯, 가지도 구워 먹으니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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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송이 버섯은 버터 같았고 표고버섯은 고기인 것 마냥 풍미가 좋았다. 반찬으로 김치도 많아 느끼함을 잡아줘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배가 부를 정도로 한우를 먹으니 어느새 고기가 다 떨어졌다. 고기를 다 먹고 케이크를 먹기 위해 상을 정리했다.


그리고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고 불을 끈 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뒤 여자친구가 초를 불었다. 불을 킨 뒤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한다고 하니 여자친구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케이크를 먹는 사이 어머니께서 배를 깎아주셨다.


케이크와 배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9시가 되었고 어머니께서 귤을 잔뜩 주셔서 귤을 챙긴 뒤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차에 탄 뒤 여자친구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집에 도착해 씻은 뒤 오늘 있었던 일을 에세이에 적었다.


에세이를 적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제 대전에 갔다 와 피곤했지만 그래도 즐거웠고 행복한 하루였다. 여자친구와 카페에서 데이트도 하고 부모님과 맛있는 한우도 먹고 단풍구경은 못 갔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매일 매출에 걱정을 했던 삶에서 오늘처럼 즐거운 하루가 앞으로를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있어 치열한 자영업의 삶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행복했던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장 노트**

에세이 루틴: 당일 기록

대전 서류 정리 완료

PPT 제작: 템플릿 확정

가족 저녁: 한우·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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