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 날씨 : 흐림-맑음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8시, 이제 8시에 일어나도록 몸이 적응한 것 같았다.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려는데 발바닥이 쑤셨다. 어제 중간중간 앉지 못하고 계속 서 있었더니 피로가 쌓인 것 같았다. 잠깐 발 마사지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주일로 교회에 가기 때문에 교회에 가기 전 오픈준비를 해야 하기에 여유롭게 출근준비를 했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니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다만 날씨가 흐려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 매장에 도착해 전등을 켜고 오픈준비를 했다.
오픈준비를 한 뒤 배달앱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어제 배달의민족 통계를 보고 놀랐다. 이번 달 통틀어 가장 높은 주문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주문전환율도 높아 주문당 광고비도 낮고, 어제 주문수 정도면 추석 때의 주문수와 비슷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객단가가 낮아 매출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제 객단가까지 높았으면 아마 내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기분 좋게 체크리스트를 마치고 리뷰 답변도 드린 뒤 시간이 남아 어제 에세이도 발행했다.
어느새 여자친구 전화가 와서 매장 밖으로 나가 차를 타고 교회에 도착해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끝나고 택시를 타고 매장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마저 오픈준비를 한 뒤, 날씨가 흐리기에 텐션을 올리려고 신나는 CCM으로 일요일을 시작했다.
오픈을 하고 커피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설정했다. 그동안 주문이 오지 않아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으니 어느새 타이머가 울렸다. 고소한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니 날씨가 맑아지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오는 햇살을 보니 오늘도 힘내자고 다짐을 했다.
1시에 오픈을 하고 주문이 종종 왔지만 지난주 일요일처럼 미친 듯이 몰리지는 않았다. 지난주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어 혹시 몰라 주문 몰림에 대비했다. 어느덧 2시가 되고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역시 주말인 듯 주문이 순식간에 5개가 쌓였다.
어제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이 나지 않아 조리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조금 천천히 제조했다. 몰린 주문을 보낸 뒤에도 주문이 종종 들어와 처리하고 보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래도 지난주만큼 주문이 몰리지는 않아 할 만했다.
지난주처럼 주문이 몰렸다면 어제 체력을 많이 소진했기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보통 전날 많이 바쁘면 다음 날은 좀 덜한 편이라 오늘 분위기를 보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주말이니 언제 주문이 몰릴지 몰라 비품을 체크하고 실링을 잔뜩 뜯었다.
3시쯤 되니 역시 주문이 몰려들어왔다. 쿠팡이츠 주문만 들어왔는데 이번에도 마지막 주문이 먼저 배차가 돼 순서가 뒤바뀌어서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침착하게 주문을 전부 보냈고, 틈이 생기는 시간에 비품과 설거지를 빠르게 했다.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배가 고파 오늘은 매장에서 판매 중인 참치주먹밥과 땅콩과자를 먹었다. 참치주먹밥은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데 겉면에 식용유를 뿌려 조리하면 구운 것처럼 노릇해진다. 조리 중에도 주문이 왔지만 틈이 생기는 잠깐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잠시 쉬고 있는데 그만 쉬라는 듯 또다시 주문이 몰려들어왔다. 이번에는 배달의민족 주문이 몰렸는데 간식을 먹어서 그런지 조금 힘이 나 빠르게 보낼 수 있었다. 주문들과 씨름하고 나니 어느새 5시가 되었고, 오늘 저녁은 여자친구 컨디션이 안 좋아 혼자 먹기로 했다.
그래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 햇반 전주돌솥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전자레인지 찜기에 냉동 비빔밥을 넣고 위에 여자친구가 가져온 눈꽃치즈도 듬뿍 뿌려줬다. 주문이 없는 틈을 타 뚜껑을 열어보니 치즈가 녹아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잘 비벼 한입 먹어보니 꽤 맛있었다. 후식으로 고구마과자도 먹어 저녁을 든든하게 채웠다. 저녁을 먹은 뒤에도 주문이 계속 왔는데 분명 어제 많이 바빴는데 오늘도 만만치 않았다. 혹시 다른 매장이 문을 닫았나 앱으로 확인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원래 겨울이 오기 전 이맘때가 배달 성수기 시즌이라 혹시 성수기가 온 게 아닐까 기대를 했다. 평소 주말이었다면 성수기로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어제오늘 주문량을 보면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만했다. 픽업하러 온 기사님 핸드폰을 보니 배달이 꽤 많이 떠 있었다.
아직 6시가 안 됐는데 우리 매장 주문도 많고 배달대행 콜도 많은 걸 보면 7시가 넘어서 주문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저녁을 먹으니 기운이 나서 주문을 보내는 틈틈이 비품을 채우고 실링도 잔뜩 뜯어놨다. 긴장을 잔뜩 했지만 7시가 넘었는데 주문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긴장을 풀고 자리에 앉아 모처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 예상과 달리 8시가 넘어도 주문이 많이 오지는 않았고, 대신 꾸준히 들어와 덕분에 쉴 수 있어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많이 바빴으니 저녁은 이렇게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마감시간을 11시에서 10시30분으로 30분 단축을 했다. 단축한 이유는 30분이 넘어 주문이 들어오면 짜증이 난다는 이유였다. 이미 12시간 근무를 했는데 30분이 넘어 주문이 오면 힘든 상태에서 퇴근이 늦어져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주문을 짜증 내며 보내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였다.
그래서 10시가 넘어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마감시간이 됐다. 겨우 30분 단축했지만 체감은 1시간 넘게 줄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12시간 넘는 근무가 끝나고 드디어 집에 간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마감청소를 하고 포스를 확인하니 오늘 바빴던 만큼 매출이 상당히 좋았다. 주말 내내 힘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매출을 보니 보람이 있었다. 기분 좋게 포스마감을 하고 전등을 끄려는데 주말 내내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바닥이 꽤나 더러웠다. 내일 밀대로 깨끗하게 청소하기로 다짐을 했다.
외투를 단단히 입고 전등을 끈 뒤 밖으로 나오니 저녁 공기가 서늘했다. 하지만 그런 공기도 주말을 무사히 끝냈다는 후련함과 대견함에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오반의 퇴근 노래를 들으며 전기자전거 페달을 밟고 오늘도 퇴근을 했다.
**사장 노트**
마감시간 10시30분 단축 시행
주문 몰림 대응: 조리시간 여유
체력관리: 간식·휴식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