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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힘이 안나도 괜찮아

2025.11.25. 날씨 : 흐림-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9시, 새벽에 갑자기 밖에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바람에 잠에서 깼더니 9시에 눈이 떠졌다. 기지개를 쭉 켜고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외투를 입고 영양제를 챙겨 먹은 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온 뒤라 날씨는 흐리고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전기자전거 페달을 밟았는데 바람이 엄청났다. 몸을 최대한 웅크린 뒤 페달을 밟아 따뜻한 매장에 도착했다. 전등을 켜고 오픈 준비를 한 뒤 점심을 먹고, 커피 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설정했다.


타이머가 흐르는 동안 물류를 정리하고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리뷰에 답변을 드렸다. 통계를 작성하니 어제 매출이 지난주 일요일 매출만큼 좋았다. 요즘 월요일 매출이 2주 연속 좋은 모습이기에 기분 좋게 엑셀을 작성했다. 리뷰 답변도 마치니 어느새 타이머가 울렸다.


차갑고 고소한 커피를 마시니 오늘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밖을 보니 여전히 날씨가 흐렸고, 텐션을 올리기 위해 신나는 CCM으로 화요일 오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의 에세이도 발행한 뒤, 어제 올렸던 당근 조회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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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조회수를 보여주었는데 역시 단체주문 소식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고, 어제 많이 바빠서 그런지 오전에 주문이 뜸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AI 영상제작 프로젝트를 위해 유튜브로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는 사이 종종 주문이 들어왔고 흐렸던 날씨가 점점 맑아졌다. 날씨는 맑아졌지만 이상하게 힘이 나지 않았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건가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문이 갑자기 몰려들어왔다. 정신없이 주문을 보내며 땀을 흘리니 없던 힘이 솟아났다.


아마도 주문이 몰려 몸을 움직인 덕분에 힘이 난 것 같았다. 마치 핸드폰 절전모드인 듯 나도 모르게 컨디션을 관리한 것 같았고, 앞으로 힘이 없다면 미뤄뒀던 매장일이라도 하기로 했다. 주문을 다 보내고, 화요일은 소스 뚜껑을 청소하는 날이기에 깨끗하게 청소를 하니 오후 3시가 지나 있었다.


주문이 계속 들어온 뒤 주문이 뜸한 시간이 찾아왔다. 한참 주문이 오지 않아 모처럼 쉬려 했으나, 갑자기 냉동고 성에 제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른 냉동고로 디저트를 옮겨두고 스크래퍼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성에를 제거했다.


성에가 한가득 나왔고 바닥에도 성에가 흥건해 빠르게 정리하려 했지만 갑자기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을 보내고 다시 정리하려 하니 또다시 주문이 들어왔다. 바닥의 성에가 녹아 흥건해서 여간 불편했지만 그래도 빠르게 주문을 보냈다.


마치 트루먼쇼인 듯 뭔가를 하려 하면 주문이 오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성에를 밖에 다 버리고 바닥도 깔끔하게 닦은 뒤, 깔끔해진 냉동고 안을 보니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성에 제거로 씨름하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4시30분이 지나 있었다.


마침 배고프기도 해서 오늘 저녁을 고민했다. 여자친구에게 카톡을 했고 같이 저녁 메뉴를 상의했다. 내가 고기가 먹고 싶어 토실배기 불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여자친구가 허락해 퇴근 후 포장해 온다고 했고, 빨리 쌈에 싸 먹고 싶은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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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퇴근 후 불고기를 포장해 왔고 나는 빠르게 상을 펴고 닦은 뒤 먹을 준비를 했다. 이곳 불고기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고, 상추와 같이 준 양파를 싸 먹으면 피로가 풀리는 맛이었다. 구수한 된장국은 불고기를 더 맛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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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도 오지 않아 여자친구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고 든든하게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 여자친구가 생일선물로 받은 딸기를 후식으로 먹었다. 딸기가 아직 제철이 아니라 맛이 덜했지만 그래도 디저트로 손색이 없었다.


저녁도 든든하게 먹고 디저트도 먹은 뒤 저녁장사를 시작했다. 저녁에는 꽤나 주문이 들어와 줬고, 여자친구는 잠깐 일이 생겨 나갔다가 다시 온다고 했다. 오늘 같이 퇴근까지 한다고 해줬으니 쓸쓸한 저녁이 되지 않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가 나간 뒤에도 주문은 계속 들어왔고 어느새 8시가 넘었다. 여자친구가 매장에 왔고 그때부터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 주문이 몰렸지만 여자친구가 앞치마를 입고 도와줘서 빠르게 보낼 수 있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주문이 뜸해 잠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주문은 종종 들어왔고 어느새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그래서 미리 마감청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문이 연달아 3개가 들어왔다. 혼자 하려 했지만 여자친구가 바쁜 것을 보고 도와주러 왔다. 그런데 마감 1분 전에도 주문이 들어와 오늘 늦게 퇴근을 각오했다.


다행히 배차가 빠르게 되어 10분 정도만 늦게 마감청소를 할 수 있었다. 마감 전 주문이 몰리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여자친구가 마감청소를 도와주었고 빠르게 청소 후 포스매출을 확인했다. 오늘 한가한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았다.


피로가 쌓여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 매출만 빠르게 확인 후 포스를 마감했다. 내일 오전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병원에 가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울 것을 기분 좋게 상상했다. 그리고 전등을 끈 뒤 오늘도 여자친구와 함께 퇴근을 했다.




**사장 노트**

오전 루틴: 체크리스트·리뷰

커피 맛 확인: 15분 세팅

냉동고 성에 제거·정리

저녁 불고기·여자친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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