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6. 날씨 : 맑음
오늘도 부스스 눈이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8시, 오늘은 두 달에 한 번 여자친구랑 전북대병원에 같이 가는 날이다. 9시에 출발해야 해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여자친구 연락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고 밖에 나가니 여자친구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까지는 40~50분이 걸리기에 아침으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서 커피와 휘낭시에를 간단히 구매했다. 오랜만에 마신 스타벅스 커피는 생각보다 깔끔했고, 그동안 쓰다고만 생각했는데 괜찮았다. 휘낭시에는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차에서 먹기엔 딱이었고 운전하는 여자친구에게 휘낭시에를 먹이며 고소한 커피를 마시니 오전의 피곤함을 깨워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도착을 했고 여자친구와 같이 진료를 본 뒤 약국에서 약까지 탔다. 점심시간이 되어 전북대학교 근처 중식당 ‘프프프’에 갔다. 12시 전에 도착했지만 손님이 꽤 있었고 마파두부밥/유린기/어향가지(소)가 나오는 시그니처 세트를 주문했다.
종종 울리는 배달주문 소리에 흠칫했지만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나왔다. 마파두부밥이 먼저 나왔는데 두반장 베이스 소스와 연두부가 마치 “내가 마파두부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강렬했다. 수란도 들어 있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었다.
뒤이어 유린기와 어향가지가 나왔는데 어향가지 맛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중식당에서 어향가지를 종종 먹어봤지만 여기처럼 겉이 정말 바삭한 어향가지는 처음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가지의 촉촉함을 살려 겉바속촉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향가지로 식욕이 한껏 올라가 이번에는 유린기를 먹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닭다리살과 간장 베이스 소스의 조화가 참 좋았다. 유린기는 맛있었지만 양상추가 더 들어가 튀김을 싸 먹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맛있어 전부 먹을 수 있었다. 가끔 여자친구와 전북대에 놀러 오는데 또 오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점심을 다 먹는 사이 어느새 웨이팅까지 생길 정도로 손님이 많이 왔고 맛집인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미리 검색해 둔 카페로 갔다. 핸드드립을 하는 우드톤 인테리어가 따뜻한 카페였고 손님도 꽤 많았다. 큐티를 하기로 해 좋은 자리를 맡아 주문하러 갔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핸드드립이 어렵다고 했다. 대신 특이하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메리카노가 있어 주문을 해보았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공용주차장 할인이 된다고 해 배불렀지만 뱅오쇼콜라까지 추가로 주문했다. 소파에 앉아 큐티를 나누는 사이 진동벨이 울려 음료와 디저트를 가져왔다. 예가체프 아메리카노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핸드드립 예가체프가 깔끔한 산미가 특징이라면, 예가체프 아메리카노는 묵직한 산미를 느낄 수 있었다. 뱅오쇼콜라도 만족스러웠고 커피도 맛있어 다음에 전북대에 오면 또 올 것 같았다. 점심부터 커피까지 성공적이라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여자친구와 커피와 빵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사이 1시가 넘었기에 여자친구가 회사에 복귀를 하기로 했다. 다시 차를 타고 군산으로 출발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을 했다. 매장에 택배가 와서 나를 매장에 데려다주고 여자친구는 회사로 갔다.
매장에 들어가 택배를 정리하고 다이소에서 화장실 청소용품을 구매해 집에 돌아왔다. 휴무일 루틴대로 청소기를 밀고 설거지를 한 뒤 화장실 청소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오전에 못한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에세이도 마무리해 발행까지 했다.
저녁은 밖에서 삼겹살을 먹으려 했지만 전주에 갔다 와서 우리 둘 다 피곤해 여자친구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육회와 육회물회를 주문했고,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 빠르게 배달이 왔다.
흥얼거리며 식탁에 음식을 세팅하니 한상이 가득했다. 이곳 육회는 정말 신선해서 종종 먹는데, 흑임자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면 고소한 단맛에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육회가 워낙 신선해 그냥 먹어도 쫄깃함과 육향이 참 좋았다.
같이 온 살얼음이 떠 있는 육회물회는 시원하고 새콤한 육수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육회 양이 많아 물회에 계속 넣어 새콤달콤하게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며 먹는 사이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을 다 비웠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잠깐 소화를 시킨 뒤 디저트로 돼지바 빙수를 주문했다. 원래 과일화채를 먹고 싶었지만 매번 주문하는 매장이 휴무라 어쩔 수 없이 돼지바 빙수로 대신했다. 빙수가 오는 동안 여자친구는 일을 좀 했고 나는 웹툰을 봤다.
빙수가 도착해 먹어보니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주문을 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통은 일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오지만 여기는 엑셀런트를 따로 제공했고, 거기서부터 일단 합격이었다.
돼지바 크럼블도 잔뜩 올려져 있었고 딸기시럽과 우유 얼음의 단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중간에도 크럼블 층이 있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빙수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10시가 되었고, 내일 출근을 위해 우리 집으로 돌아갔다.
여자친구가 배웅해 주었고, 외투를 단단히 입고 밖으로 나오니 많이 먹어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날씨가 추웠다. 부지런히 걸어 집에 도착하니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다. 씻은 뒤 내일 가져갈 영양제를 챙기고, 내일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보통 휴무일에 평소 매장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몰아서 하는 편인데, 이번 휴무일에는 다 내려놓고 여자친구와 온전히 휴무를 같이 즐겼다. 너무 치열하게 사는 것보다 가끔은 이렇게 제대로 된 휴무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장 노트**
병원 동행 루틴: 전북대 외래
점심 탐색: 프프프 시그니처
카페 큐티: 예가체프 아메리카노
휴무 루틴: 집 청소·체크리스트
저녁 배달: 육회·물회·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