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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나야,"오늘 토요일이야"

2025.11.29.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늘도 역시 8시, 1시간 일찍 눈이 떠져 잠깐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다 기지개를 켜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씻은 뒤 영양제를 챙기고 패딩까지 단단하게 입어 출근 준비를 마쳤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에 나가니 오늘도 맑은 날씨에 기분 좋은 출근길이 되었다. 바람이 매섭긴 했지만 매장에 도착하면 따뜻한 공기가 나를 녹여주었다. 오픈 준비를 한 뒤 점심을 챙겨 먹었고 오늘 점심은 어제 먹은 새우볶음밥 카레가 계속 생각나 점심으로 먹었다.


어제저녁에 만족했듯 오늘 점심에도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도넛까지 먹은 뒤 커피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설정했다. 15분이 흐르는 동안 물류를 정리하고 배달앱 체크리스트와 리뷰 답변을 드렸다.


어느새 타이머가 울리고 고소한 커피 한 잔이 오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제의 에세이도 마무리해 발행까지 하니 오전 루틴이 끝이 났다. 그리고 주말 토요일 오전을 힘차게 보내기 위해 신나는 CCM으로 오픈 시간을 알렸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시작으로 배달 주문도 종종 들어왔고, 11시가 넘으니 본격적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금액이 낮은 주문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주문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주문금액이 낮더라도 계속 들어오면 배달앱 지표에도 긍정적이기에 남는 금액이 적지만 그래도 들어오는 게 좋다.


지난주 토요일은 역대급으로 바빴기 때문에 오늘 각오를 단단히 했다. 안 바쁠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해둬야 바빠질 때 당황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1시가 넘었지만 지난주와는 반대로 생각보다 너무 한가했다.


기분이 좀 안 좋아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기 위해 오늘부터 경제를 다시 공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리 매장은 테이크아웃만 하기 때문에 스피커로 내가 듣고 싶은 것을 틀어도 괜찮다. 그래서 한참 경제 유튜브 채널을 틀어 경제를 공부했었다.


예전에도 경제 유튜브로 공부를 했기에 지식이 많아졌지만 CCM을 듣는 뒤로는 한동안 듣지 않았었다. 하지만 갑자기 경제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매장에 있기 때문에 6시간이라도 경제 유튜브를 틀어놓으면 1주에 36시간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독 중이던 경제 유튜브 채널을 리스트업해 두었고 오늘부터 경제를 공부하기로 했다. 스피커로 틀어놓기만 해도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제 이슈를 들으며 공부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배민1 주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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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만원 주문이었고, 갑자기 느슨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음료, 디저트가 다양해서 영수증이 엄청 길었다. 덕분에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영수증을 보며 머릿속으로 바쁘게 생각을 해야만 했다. 분석을 끝내고 디저트부터 빠르게 조리를 했다.


디저트가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에서 조리되는 사이 음료를 빠르게 제조하고, 얼음을 담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포장봉투에 종이캐리어도 준비하고 디저트 포장용기도 준비했다. 배달기사가 곧 온다는 알림 소리를 듣고 음료에 얼음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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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준비를 전부 끝내니 딱 13분이 지나 있었다. 5만원 주문이 끝나는 데 겨우 13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었다. 카페 사장 4년 차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코를 쓱 했다. 그 뒤로도 주문은 꾸준하게 들어왔다.


거리가 상당히 먼 곳 배차가 바로 되는 것을 보고 픽업하러 오신 기사님께 "지금 콜 좀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다 놀러 갔나 봐요"라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셨다. 확실히 지난주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라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자영업이라는 게 이럴 때가 있고 저럴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너무 한가하면 나도 모르게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에 오후에 하려고 했던 경제 공부 등 뭐라도 해보려고 했다. 배민1 주문이 몇 개 들어오고 다시 한가해져 마저 경제 공부 준비를 했다. 그러다 테이크아웃 5잔 주문이 들어왔다.


여성 두 분이셨는데 리유저블컵에 담아 드리니 리유저블컵에 주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저희는 테이크아웃은 리유저블컵으로 제공하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리니 두 분이서 연신 좋다고 하며 나가셨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높이기 위해 리유저블컵으로 드리는데 알아봐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고 주문은 꾸준히 들어왔다. 꾸준히 들어오는 주문이 쌓여 한바탕 바쁜 시간을 보낸 뒤 비품을 채우고 설거지를 하는 사이 또다시 주문이 들어왔다. 그렇게 꾸준히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5시가 넘어버렸다.


몰리는 주문은 보낸 후 틈이 있어 잠깐 쉴 수 있지만, 꾸준히 들어오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주문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꾸준히 들어오는 주문이 더 힘든 기분이 든다. 게다가 오늘 한가할 줄 알았지만 주문수를 보면 여느 때와 비슷한 토요일이다. 물론 지난주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여자친구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혼자 먹어야 해서 뭘 먹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안성탕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전자레인지 찜기로 라면을 끓이고 잘 익은 면을 먹고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오후의 피로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후식으로 제로콜라까지 먹은 뒤 만족스럽게 저녁을 먹었고, 저녁 장사를 위해 부족한 비품을 채워 넣었다. 벌써 8시가 넘었지만 저녁은 너무 한가했다. 그래도 종종 들어오는 주문이 배차가 바로 되는 것을 보면 우리만 배달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한가한 김에 어떻게 하면 우리 매장을 홍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요즘 생각 중인 방법은 옆가게가 슈퍼인데 로또 명당으로 유명하다. 평일도 로또를 사러 온 손님들로 꾸준하고 특히 토요일 오후에는 줄을 설 정도이다. 게다가 슈퍼 사장님이 우리 매장 임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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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슈퍼에 우리 매장 테이크아웃 장점을 홍보물로 만들어 비치하는 것이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아메리카노/카페라떼 할인, 테이크아웃 시 리유저블컵 포장, 디저트 제외 모든 음료 20% 할인 이렇게 3가지 장점을 2개의 POP로 만들어 비치할 계획을 세웠다.


비치를 하려면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조심스레 여쭤보려고 한다. 허락을 받으면 캔바에서 POP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도 구상했다. 그 뒤로 8시 전까지 너무 한가해서 픽업하러 오신 기사님께 콜이 있는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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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배차 화면을 보여주셨는데 여백의 미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님과 오늘 저녁 너무 한가하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배달이 들어왔다. 한가하다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데 그 뒤로 배달이 몰려들어왔다. 마치 "오늘 토요일이야"라고 말하듯 주문이 들어왔다.


바쁘게 주문들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미리 마감청소를 틈틈이 하고 곧 있을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종종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마감시간이 되었고 서둘러 마감청소를 했다. 마감청소를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포스매출을 확인했다.


한가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았다. 특히 배달의민족 매출이 좋은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주문이 몰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 덕분인 것 같았다. 기분 좋게 포스도 마감을 하고 전등을 끈 뒤 전기자전거를 타고 오늘도 기분 좋게 퇴근을 했다.




**사장 노트**

대형 배민1 주문: 5만원

리유저블컵 테이크아웃 호응

경제 유튜브 학습 재가동

슈퍼 연계 POP 홍보 구상

토요 저녁 피크: 20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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